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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장담한 '국민소득 4만달러'…GNI는 내 호주머니 돈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윤석열 정부가 임기 말(2027년)까지 달성하겠다고 밝힌 1인당 국민총소득(GNI) 목표는 ‘4만 달러’다. 지난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달러당 1292.2원)을 적용하면 5168만원.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주호철(34)씨에겐 거리가 먼 수치다. 그의 지난해 연봉은 3500만원 남짓이다. 아직 4년 남았지만, 연봉이 매년 10%씩 올라야 가능하다. 주씨는 “직장인도 아닌 전체 국민 1인당 평균 소득이 정말 그 정도가 될까 싶다”며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에 한창 직장을 다닌 부모님 세대보다야 좀 더 살기 나아졌지만 4만 달러 시대는 와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GNI는 진짜 내 호주머니 사정을 반영하는 걸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GNI는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정부가 번 돈까지 포함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한국은행이 지난 7일 발표한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2661달러(4220만원)였다. 단순 계산으로 4인 가구라면 소득이 1억6880만원에 달한다. 통계청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른 소득 상위 20% 4인 가구의 연 소득(1억4973만)을 뛰어넘는다.

그러나 1인당 GNI는 국내총생산(GDP)에 국민의 해외 소득을 더하고 외국인의 국내 소득을 뺀 값을 인구수로 나눈 값이다. 기업·정부·가계 등 한국의 모든 경제주체가 생산활동에 참여해 벌어들인 명목 국민총소득을 통계청 추계인구로 나눈 후 환율을 반영한다. 주부나 어린이·은퇴자 등 돈을 벌지 않는 인구도 포함한다. 따라서 1인당 GNI는 소득이 아니라, 전반적인 국민의 생활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보는 게 맞다.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GDP는 국가 경제 성장을 측정하는데 좋은 도구지만 절대적인 지표는 아니다”라며 “육아와 가사노동, 여가 같이 긍정적인 측면이나 경제 성장에 따른 자원고갈, 환경오염같이 부정적인 측면이 반영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지난해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은 뒤 최대 수준의 고물가(5.1%)를 겪었다. 실질적인 구매력을 보여주는 실질 GNI 증가율은 -1.0%(전년 대비)로 실질 GDP 성장률(2.6%)에 훨씬 못 미쳤다. 소득은 늘었을지 몰라도 실제 주머니 사정은 더 팍팍해졌다는 얘기다.

GNI가 ‘삶의 질’까지 아우르지 못한다는 건 다른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20일 펴낸 ‘국민 삶의 질 2022’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스스로 매긴 삶의 만족도는 2019~2021년 평균 5.9점(10점 만점)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평균(6.7점)보다 0.8점 낮았다. 콜롬비아(5.8점)와 튀르키예(4.7점) 2곳만 한국보다 낮았다. 같은 기간 OECD 회원국 중 한국의 GNI 순위가 22위란 점을 고려하면 소득에 비해 삶의 질이 훨씬 떨어진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GDP와 물가가 꾸준히 오르는 상황에서 최근 달러가 강세인 환율이 제자리를 찾을 경우 정부가 국민소득 4만 달러 목표를 달성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GNI의 상승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주거ㆍ여가ㆍ복지 등 삶의 질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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