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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중에도 폭언" 전공의 괴롭힌 양산부산대병원 '父子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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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부산대병원. 연합뉴스

양산부산대병원. 연합뉴스

양산부산대병원의 전·현직 교수가 전공의들에게 폭언과 사직서 강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후 가해자와 분리 조치 됐지만 업무에서 배제되는 등 2차 가해까지 발생했다고 호소했다. 병원 측은 "업무 특성상 환자 배정 등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10일 피해자인 양산부산대병원 전공의 A씨 등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이 병원에 B교수가 부임하면서 직장 내 괴롭힘이 시작됐다.

피해자들은 응급 환자를 처치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방법대로 하지 않았다며 B교수로부터 공개적인 장소에서 여러 차례 모욕적인 발언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는 전공의 담당 부서인 교육수련부에 중재를 요청했고, 다른 전공의 두 명은 B교수의 폭언 등을 증언해줬다.

이후 이들까지 B교수의 직장 내 괴롭힘 대상이 됐다고 피해자들은 주장했다.

피해자 C씨는 "B교수가 소리를 지르며 종이나 명찰 등을 책상에 던지거나 상중에도 연락해 폭언을 일삼았다"며 "밤늦은 시간에도 전화해 부당대우를 하고 저희에게 품행 장애이니 치료나 받으라는 식의 폭언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B교수는 지난해 12월 열린 본원 재임용 면접에서 결국 탈락했다.

하지만 이후 B교수의 아버지인 같은 과 D교수가 이들에게 사직서 제출을 강요하는 등 괴롭힘을 이어갔다고 피해자들은 주장했다.

실제로 피해자들이 녹취한 음성 파일을 보면 D교수는 구체적인 날짜까지 정해 개인 사정으로 사직한다는 내용으로 사직서를 쓸 것을 요구한다.

피해자들이 이를 거부하자 고성이 오가며 재차 사직서를 쓸 것을 강요했다.

참다못한 피해자들은 지난해 1월 2일 원내 고충처리위원회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지난달 3일 열린 위원회 회의에서는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신고인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고 신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을 줬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들은 고충처리위원회에 신고한 다음 날부터 D교수와 분리됐지만, 병동이 아닌 별도의 지하 공간에 배치돼 업무를 볼 수 없는 상태다.

병동에도 출입할 수 없고 이동 수련 조치도 되지 않아 2차 가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수년 전 폭행 사건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로 구설에 올라 놓고 여전히 안일한 대처만 하고 있다"며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실태조사 및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산부산대병원 관계자는 "해당 전공의 보호 조치를 위해 소아병동으로 배치해 수련했으나 소아 환자 특성상 바로 환자를 배정하는 것 등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며 "다음 주부터 피해자들을 부산대병원 본원으로 임시 파견할 계획으로 과 내 사정과 파견할 수 있는 병원을 조율하는 등 문제로 시간이 지체됐다"고 해명했다.

또 "해당 교수의 경우 내부 절차에 따라 진행 중이며 다음 달 초 인사위원회를 열어 대상자에 대한 징계 요구 심의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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