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민노총 총파업 … 노동차관 '법대로 대처' 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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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김성중 노동부 차관은 21일 "한 달 반꼴로 총파업을 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말했다. 22일 총파업을 벌이려는 민주노총을 강한 톤으로 비판한 것이다. 김 차관은 이날 오전 과천정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민주노총은 올 들어 지금까지 여섯 차례나 총파업을 했다"며 "민주노총은 책임 있는 경제주체임을 인식하고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총의 이번 파업은 명백한 정치파업으로 이를 강행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시각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는 민주노총 조준호 위원장이 외신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을 받아넘기기에 급급했다. 민주노총이 22일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선언하기 위해 내.외신 기자들을 불렀는데 기자들이 조 위원장을 몰아쳤다. 이 자리에는 외신기자 9명을 포함해 15명 안팎의 기자가 참석했지만 국내 기자보다는 주로 외신 기자들이 높은 관심을 보였다.

민주노총은 이날 노사관계 로드맵 저지와 비정규직 권리 보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저지를 위해 22일 무기한 총파업 시작을 선언했지만 우군을 찾지 못한 셈이다.

민주노총 기자회견장에서 AFP통신 전관우 기자가 "80만 조합원 중 파업에 4분의 1인 20만 명밖에 참여하지 않는 것인데, 이걸 과연 전면 총파업이라고 할 수 있나"며 첫 질문을 던졌다.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다소 당황한 듯 "기자회견문에 20만 명이란 말이 있었나"라며 잠시 웅성거렸다. 이어 조 위원장은 "추측성 기사들이 나간 것 같은데 현재 예상으로는 30만 명은 충분히 넘을 것으로 본다"며 "어떤 총파업에서도 80만 명 전부 한 적은 없고 과반수도 거의 없다"고 답했다.

로이터통신의 존 허스코비츠 기자는 영어로 질문을 했다. "한국 기업의 인상과 평판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노조의 파업이 이 평판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노조의 파업 때문에 해외투자자들이 한국에 투자를 꺼리지 않겠나. 또 현대자동차 직원의 임금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높은데, 그것도 노조가 강하기 때문 아니냐."

조 위원장은 "한국의 언론은 유독 파업이나 노동자투쟁에 대해 인색하다"며 "현대자동차도 임금이 높아 보이는 건 잔업수당을 포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외 투자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외국인 투자는 대부분 주식 투자였을 뿐 공장을 짓거나 하는 건강한 투자는 거의 없었다"고 답변했다. 통역을 통해 답변을 들은 허스코비츠 기자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조 위원장의 '언론 탓' 답변이 이어지자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나기영 기자는 "노조의 조직률이 하향 추세인데 그것도 언론 때문이라고 생각하느냐"고 꼬집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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