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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핵우산 협의체' 생기나…"美, '아시아판 핵기획그룹'도 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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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다음 달 26일 한·미 정상회담의 최우선 의제로 '북핵 억제'가 꼽히는 가운데, 한·미·일 3국 간에도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억제 협의체가 새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 나아가 미국이 북한과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기획그룹(NPG)'을 구상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뉴스.

'3자 협의체' 논의 급부상

한·미·일 확장억제 협의체 신설 가능성은 일본에서 먼저 떠올랐다. 요미우리신문은 8일 "미국이 최근 한·일에 핵 억지력 관련 새 협의체 창설을 타진했다"며 "일본은 미국의 제안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고, 한국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외교부는 같은 날 "한·미는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확장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런 협의체를 보다 효과적으로 작동할 방안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 국무부도 "우리는 확장억제 공약을 심화하기 위해 모든 기회를 활용해왔다"며 "양자 및 3자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통해 함께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외교 당국 모두 '3자 차원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둔 듯한 반응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일 관계 개선으로 탄력받나

실제 '한·미·일 확장억제 협의체'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서 진작에 논의됐던 방안으로, 최근 한·일 관계 회복 움직임으로 인해 보다 동력이 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미 간에는 윤석열 정부 들어 4년여 만에 부활한 '2+2(외교·국방)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가 있고 미·일 간에도 '확장억제대화(EDD)'라는 양자 채널이 있지만, 3국 통합형 플랫폼이 만들어질 경우, 확장억제 운용 관련 한국과 일본 등 동맹의 의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피력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나온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사시 사실상 3자 동맹으로 움직여야 하는 한·미·일이 협의체를 통해 사전 논의, 정보 공유, 연합훈련 등을 확대하면 그만큼 대북 확장 억제력도 강화될 것"이라며 "한·일이 같은 목소리를 낸다면 미국의 핵우산 강화에 더욱 속도를 붙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미 워싱턴에서 열린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 왼쪽부터 보니 젠킨스 미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차관, 신범철 국방부 차관, 조현동 외교부 1차관, 콜린 칼 미 국방부 정책 차관. 주미한국대사관.

지난해 9월 미 워싱턴에서 열린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 왼쪽부터 보니 젠킨스 미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차관, 신범철 국방부 차관, 조현동 외교부 1차관, 콜린 칼 미 국방부 정책 차관. 주미한국대사관.

미국이 장기적으로는 한·미·일 뿐 아니라 호주, 필리핀 등 아시아의 여타 동맹까지 참여하는 '아시아판 NPG'까지 구상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나토의 NPG는 핵무기가 없는 나토 회원국까지 확장 억제 협의에 참여하는 메커니즘으로 2016년 출범한 EDSCG도 이를 모델로 삼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2022년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서 "한·미·일 혹은 한·미·일·호 간 정보를 공유하고 대화의 기회를 확인하는 게 (확장억제 관련) 중요한 목표"라고 밝혔다.

전경주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장기적으로는 한·미·일 3자 협의를 비롯해 나토의 NPG를 본뜬 다자 형태의 확장억제 논의 플랫폼을 만들고 싶어할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과의 다자 네트워크를 강화하며 중국 등에 대응한 '통합 억제'를 강조하는 것은 핵 분야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이 경우 중국 대응에 방점이 찍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북핵 억제가 최우선인 한·미 양자 간 논의가 상대적으로 약화하지 않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진행된 대출력고체연료발동기 지상분출시험을 현지 지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노동신문. 뉴스1.

지난해 12월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진행된 대출력고체연료발동기 지상분출시험을 현지 지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노동신문. 뉴스1.

"북핵 초점 맞추도록 유도"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 과정 전반에서 한국의 '지분'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원하는 한국과 아시아에서 대중국 억지력을 높여야 하는 미국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진다면, 한·미·일 혹은 그 이상을 포괄하는 다자 형태의 핵우산 협의체 탄생도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또한 지난해 말 미국의 적극적 지지 속에 3대 안보 문서를 개정해 북한, 중국 등에 대한 '반격 능력'을 갖췄다.

이와 관련, 고명현 위원은 "설사 미국의 협의체 추진 배경에 북한뿐 아니라 중국 대응 목적이 있더라도 한국으로선 중국보다 북핵 대응에 보다 초점을 맞추도록 목소리를 내면 된다"며 "호주까지 아우르는 아시아판 NPG가 만들어지더라도 최소 북핵 문제에 대해선 모두가 이견 없이 강력한 대응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중 '통합 억제력'의 필요성, 대만 관련 유사 상황 발생 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논의는 협의체 신설 여부와 상관없이 어차피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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