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종합부동산세 이대론 안 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정치권에서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변재일 열린우리당 제4정책조정위원장은 "부동산값 급등으로 종부세 대상자가 늘어남에 따라 부과기준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현상의 결과를 주택 소유자가 무조건 책임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도 했다. 열린우리당은 당론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여당 내에 종부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한나라당도 종부세 부과기준을 현행 6억원(공시가격)에서 9억원으로 올리고, 세대별 합산을 인별 합산으로 바꾸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정부는 지난해 8.31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종부세 대상자가 전체의 1.7%인 18만 명에 불과하다고 강조했었다. 2% 미만의 부동산 부자에게 징벌적 성격의 세금폭탄을 매길 테니, 투기와 무관한 98%의 대다수 국민은 안심하라는 의미였다. 그런데 그 뒤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부동산값이 오르면서 올해 대상자가 당초 예상의 두 배인 35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내년에는 대상자가 50만 명을 넘어선다고 한다. 가만히 있는데도 졸지에 투기꾼으로 내몰려 세금폭탄을 맞아야 하는 사람이 해마다 십수만 명씩 늘어나는 셈이다. 정부도 대상자가 이렇게 많이 늘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부과기준인 6억원이 타당한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사실 6억원이라는 기준은 자의적이다. 정밀한 자료분석을 거쳐 결정된 것이 아니고, 사회적 합의점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정책 담당자의 의지대로 선을 그은 것일 뿐이다. 이런 조악한 잣대로 국민을 투기꾼과 선량한 사람으로 편 가르고, 차별적인 과세를 하는 것은 애초에 마찰의 소지를 안고 있었다. 종부세 부과기준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차제에 종부세의 태생적인 한계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세와 지방세로 나뉘어 있는 종부세와 재산세를 합쳐 지방세목으로 단일화하고, 누진과세를 통해 비싼 집을 가진 사람은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게 보유세를 현실화하는 더 나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