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中 "브레이크 안밟으면 충돌" 으름장에…美 "전략 경쟁일 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제와 외교안보, 사이버 등 전방위적으로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강화되면서 미ㆍ중 간 날 선 말들이 오가고 있다. 중국이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자 미국은 “전략 경쟁일 뿐 갈등은 추구하지 않는다”고 맞서는 형국이다.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놓고 중국의 반발이 격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1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놓고 중국의 반발이 격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1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7일(현지시간) 화상 브리핑에서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 대한 중국 측의 비판과 관련해 “우리는 중국과 전략적 경쟁을 추구하지, 갈등은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중국과 경쟁에서 승리를 목표로 하지만 그 수준을 유지하길 원한다”며 “우리의 중국 정책에는 어떤 변화도 없다”고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중국을 포위하거나 억압하는 게 아니라 중국도 합의한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는 건설적인 경쟁을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베이징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이 브레이크를 안 밟고 잘못된 길을 따라 폭주하면 아무리 많은 가드레일이 있어도 탈선과 전복을 막을 수 없다”며 미국을 맹비난했다. 그는 또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따라) 필연적으로 충돌과 대항에 빠져들 것”이라며 “그 재앙적인 결과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경고를 날렸다.

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7일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히스테릭한 신매카시즘으로 미ㆍ중관계를 결정해선 안 된다"며 미국을 비판했다. 중국 CCTV 캡처

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7일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히스테릭한 신매카시즘으로 미ㆍ중관계를 결정해선 안 된다"며 미국을 비판했다. 중국 CCTV 캡처

이날 회견은 지난해 말 친 부장이 취임한 뒤 처음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이었다. 친 부장은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이성적이고 건전한 바른 궤도를 완전히 벗어났다”며 “미국이 말하는 경쟁은 사실상 전방위적 억제와 탄압이며,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등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친 부장은 이날 회견에서 대만 관련 질문이 나오자 붉은 표지의 중화인민공화국 헌법을 펼쳐 “대만은 중국의 신성한 영토의 일부분이며 통일조국 대업 완성은 신성한 책임”이라는 조문을 읽어 내려가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수출 등 군사지원을 겨냥해 “미국의 인도ㆍ태평양전략은 지역 안보를 수호한다면서 실제론 대항을 유발하는 ‘아시아ㆍ태평양판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라고 주장했다.

매카시 "미국서 차이 총통 면담한다" 

전날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중국의 군사 위협을 우려해 다음 달 초 미국에서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 회동할 것이란 보도가 나온 것 등과 관련해서다. 이와 관련, 매카시 의장은 8일 현지 기자들에게 "(지역구인 캘리포니아에서) 차이 총통을 면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중국 입장을 고려해 대만 방문을 취소했다는 보도 내용에 대해선 "내가 만일 대만에 가게 된다면 (차이 총통과 미국에서의 회동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중국이 내게 언제 어디에 가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대만 방문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하진 않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지난해 8월 17일 대만 남동부 화롄 공군기지에서 무기 장전 훈련 중인 대만 공군의 최신형 F-16V 전투기 . 전투기 앞의 무기는 미국제 '하푼' 대함미사일, AIM-120 및 AIM-9 공대공 미사일이다. AP=연합뉴스

지난해 8월 17일 대만 남동부 화롄 공군기지에서 무기 장전 훈련 중인 대만 공군의 최신형 F-16V 전투기 . 전투기 앞의 무기는 미국제 '하푼' 대함미사일, AIM-120 및 AIM-9 공대공 미사일이다. AP=연합뉴스

커비 조정관은 이같은 중국의 반발에 “미국은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면서도 “양안 관계에 있어 일방적인 현상 변경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집권 3기째를 맞아 더욱 강경해진 시진핑(習近平) 중국 지도부의 대만 무력침공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경고인 셈이다.

미국 측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중국의 대러시아 군사지원에 대해서도 재차 경고했다. 커비 조정관은 “중국이 무기 지원 가능성을 테이블에서 내려놓았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선택은 중국의 몫”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이 군사지원과 관련한) 행동을 했다는 어떤 징후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틱톡 이용, 사이버 여론공작 우려

한편 이날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선 중국발 사이버 여론 공작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미군의 사이버 작전을 총괄하는 폴 나카소네 사이버사령관 겸 국가안보국장은 청문회에 참석해 “(외국 정부의 미 선거 개입 문제가) 사라지지 않았다”며 “최근 들어선 (해킹 등 기반시설 방해 공작보다)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사이버 심리전이) 훨씬 더 일반적”이라고 밝혔다.

나카소네 사령관은 중국과 러시아ㆍ이란ㆍ북한 등이 이같은 위협의 “상위 4개국”이라고 지목했다. 그러면서 특히 중국에 대해선 “(사이버 역량이) 매우 수준 높다”며 “여러 다른 이유로 (중국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1억명 이상의 미국인이 틱톡을 사용하는 만큼 너무 방대한 정보를 틱톡 측이 갖고 있다면서다. 그는 “(여론을 좌우하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알고리즘 등을 통해 원하지 않는) 메시지를 차단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미 의회는 중국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을 통해 수집한 방대한 미국인 정보 등을 바탕으로 내년 미 대선 등에서 여론 공작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미 의회는 중국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을 통해 수집한 방대한 미국인 정보 등을 바탕으로 내년 미 대선 등에서 여론 공작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와 관련, 이날 미 상원 정보위원회에선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해외 정보통신기술의 미국 내 사용을 규제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법안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국가안보에 위험이 되는 정보통신기술 거래를 검토해 위험 요인을 완화하거나 아예 금지하는 등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마크 워너 정보위원장(민주당)은 “틱톡이 중국공산당의 감시나 미국 선거에 악영향을 퍼뜨리는 데 사용될 수 있다”며 “이전에도 미국의 통신망을 위협하는 화웨이ㆍZTE 등이 있었다”고 발의 배경을 밝혔다.

백악관은 이번 법안 발의를 환영하며 신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특정 외국 정부가 미국에서 운영하는 기술서비스를 악용해 미국인의 민감한 정보와 국가안보에 위험이 되는 것을 막을 권한을 부여할 것”이라고 의미 부여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