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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매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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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장원석 기자 중앙일보 기자
장원석 증권부 기자

장원석 증권부 기자

공개매수는 언론 등을 통해 주식을 사겠다고 알린 뒤 기존 주주와 장외에서 거래하는 걸 말한다. 얼마에, 얼마나 샀는지 공개하지 않는 일반 거래와 다르다. 매수인의 필요에 의한 것이니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쳐준다. 굳이 비싼 가격에 장외 거래까지 할 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흔히 적대적 인수합병(M&A)에서 등장한다. 건곤일척의 순간에 쓰는 카드니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다.

최근 3년간 딱 세 차례 있었는데 올해는 벌써 세 번을 채웠다. 1월 유니슨캐피탈코리아가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에 나선 게 시작이었다. 전체 지분의 65%나 참여했는데 국내 공개매수 역사상 가장 많은 지분을 확보한 사례다. SM엔터테인먼트에선 공개매수 공방전이 치열하다. 하이브의 실패에 카카오가 가격을 높여 도전에 나섰다.

지난 2일엔 한샘 대주주인 IMM프라이빗에쿼티가 공개매수를 발표했다. 당일에만 주가가 19.7% 급등했다. IMM은 지난해 기존 대주주 지분을 주당 22만원에 인수했는데 주가는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가 하락에 분노한 일반 주주를 달래려는 것이든, 쌀 때 지분율을 높여 두려는 취지든 경영권 분쟁과 무관한 대주주의 추가 매입은 꽤 이례적이다. 한 행동주의 펀드가 일반 주주 지분을 시세보다 비싸게 사들이라고 특정 기업에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유달리 활발한 공개매수는 당국의 움직임과도 관련이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25년 만에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다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상장사 지분 25% 이상을 취득해 대주주가 될 때는 일정 비율 이상을 의무적으로 더 매수하도록 하는 제도다. 국내 M&A의 약 80%는 기존 대주주로부터 지분을 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보통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비싸게 사는데 일반 주주는 딱히 득이 없다. 오히려 인수 이슈로 주가가 하락하면 손해를 본다. 금융위 안은 ‘50%+1주’다. 예를 들어 인수자가 대주주 지분 30%를 살 경우, 같은 가격에 최소 ‘20%+1주’를 추가로 공개매수하라는 것이다. 자연히 일반 주주에게도 프리미엄이 돌아가게 된다. 시장이 환호할 만하다.

대주주가 가진 1주와 일반 주주가 가진 1주의 가치는 다르겠지만, 값이 다른 건 아무래도 납득이 안 된다. M&A 시장을 냉각시킬 거란 우려가 있으나, 이상한 건 빨리 고치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