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분수대

돌아온 벚꽃 엔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조현숙 기자 중앙일보 기자
조현숙 경제부 기자

조현숙 경제부 기자

벚꽃 엔딩의 계절이 돌아왔다. 2012년 그룹 ‘버스커 버스커’가 1집 타이틀곡으로 내놓은 이 노래는 10년 넘게 봄 테마곡으로 인기다. 거리에 벚꽃이 흩날리기 시작하면 여지없이 들려온다.

이 노래 제목이 다른 뜻으로 불리기 시작한 건 3~4년 전부터다.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는, 지방대 몰락을 상징하는 단어가 됐다. 대학의 존망을 가를 신입생 충원율이 나오는 시기도 벚꽃이 한창 날리는 봄이니 여러 가지가 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올해도 벚꽃 엔딩이 대학가에 울리는 중이다. 신입생 추가 모집 최종 마감일인 지난달 28일까지도 60개 대학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해가 갈수록 상황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준다는 곳까지 나왔지만 미달 사태가 났다. 학과 통폐합과 정원 축소에도 신입생이 줄어드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아직 전초전에 불과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4만9000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지난해 수능 응시 인원(45만477명)의 절반 수준이다. 앞으로 20년 안에 대학 2개 중 1개꼴로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다.

최근 수치는 더 암울하다. 지난해 12월 출생아 수는 1만6803명, 역대 최저다. 월 출생아 2만 명이 2020년 12월 처음 무너졌는데 단 2년 만에 1만5000명도 붕괴할 위기다. 인구 감소의 무서움은 속도에 있다. 한번 방향이 정해지면 되돌리기 어렵고 가속만 붙을 뿐이다. 다음 세대를 낳을 엄마 수가 빠르게 줄어서다.

지금 속도면 매달 태어나는 아이 수가 1만 명에도 못 미칠 날이 머지않다. 대학 신입생이 10만 명 남짓한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얘기다. 현 수도권 대학 전체 모집 정원(약 13만 명)과 겨우 맞먹는 살벌한 숫자다.

연간 출생아가 70만~100만 명을 오갔던 1970~80년대와는 확연히 다른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북적북적한 학교에서 유년을 보낸 지금 30~40대가 상상하기 힘든 현실이다. 신입생을 못 채워 전전긍긍하는 대학의 문제는 빙산의 일각이다. 급증할 고령 인구와 부양 부담, 활력을 잃을 산업 현장과 식어갈 경제. 벚꽃 엔딩은 더 무서운 방식으로 변주될 예정이다. 남 일이 아니다. 바로 당신이 중년 또는 노년에 맞이할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