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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죽창가’ 내세우던 민주당, 미래지향적 해법 비난 자격 있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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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평화안보대책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평화안보대책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징용 해법에 이재명 “삼전도 굴욕” “계묘늑약” 비판

한·일 관계 최악으로 몬 자신들의 과오부터 성찰해야

정부가 발표한 강제징용 문제 해법에 대한 야당의 반발이 거세다. 발표 당일 “삼전도의 굴욕에 버금가는 외교사 최대 치욕이자 오점”이라고 비판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는 “국가의 자존심을 짓밟고 피해자의 상처를 두 번 헤집는 계묘늑약과 진배없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를 “이완용의 말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박홍근 원내대표)고 비난한 걸 시작으로 한·일 관계에 대한 민주당의 말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말뿐이 아니라 민주당은 국회 본청 앞에서 시국선언 집회까지 열었다.

정부가 발표한 이번 해법이 물론 완벽하지는 않다.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의 돌파구를 뚫기 위한 선제적 결단이란 측면에서 발표 내용만 보면 한국이 손해보는 듯한 느낌도 있다. 하지만 이번 발표가 전부는 아니다. “절반 이상 찬 물컵이 일본의 호응에 따라 더 채워질 것으로 기대한다”는 박진 외교부 장관의 설명처럼 3월 중순으로 거론되는 양국 정상회담 등을 통해 일본 정부의 사과나 징용 기업들의 역할 문제에 추가적인 진전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이 마치 정부 발표를 기다렸다는 듯 선동적인 언어로 국민을 갈라쳐선 안 된다. 안 그래도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그 정치적 의도를 둘러싸고 논란이 제기될 우려도 있다.

문재인 정부 5년을 돌아볼 때 적어도 한·일 관계에서는 민주당이 당당하게 목소리를 높일 처지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내놓은 조치는 2015년 어렵사리 타결된 양국 위안부 합의의 사실상 파기였다. 이후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문 대통령 퇴임 때까지 양국 관계엔 ‘최악’이란 수식어가 늘 따라다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정점으로 한 일본 내 보수 강경파의 태도도 문제였지만, 문재인 정부는 ‘토착왜구’와 ‘죽창가’로 상징되는 대일 강경론으로만 일관해 ‘국내 정치용 반일 몰이’란 비판을 면치 못했다.

민주당 출신 문희상 국회의장이 냈던 “한·일 양국 기업과 국민의 자발적 기부금으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제공하자”는 징용 문제 해법도 문 대통령과 정부의 소극적, 책임 회피적 태도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정부를 원색적으로 헐뜯기에 앞서 한·일 관계를 절벽으로 내몰았던 자신들의 과오를 먼저 성찰해야 마땅하다.

윤 대통령과 정부가 짊어진 짐도 가볍지 않다. 정부의 해법에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피해자들과 국민, 필요하다면 야당에 대한 설득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지도자 간 담판과 협상을 통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호응 조치도 끌어내야 한다. 더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대통령이 내린 결단의 가치와 무게도 그만큼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