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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저출산 부추기는 주범, 사교육비 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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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이 역대 최고치인 26조원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이 역대 최고치인 26조원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학생은 4만 줄었는데, 사교육비는 2조6000억 늘어

비출산 원인 57%가 양육비·교육비 등 경제적 부담

학생 수(528만 명)는 4만 명 줄었는데 사교육비는 2조6000억원 늘었다. 어제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다. 사교육비 총액은 약 26조원으로 2021년(23조4000억원)에 비해 11%가량 증가했다. 조사가 시작된 2007년 이후 최고치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원으로 2020년(30만2000원), 2021년(36만7000원) 이후 급증하고 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사교육비도 높아져 초등학생 37만2000원, 중학생 43만8000원, 고등학생 46만원이다. 사교육 참여율(78.3%)도 역대 가장 높아 초등학생의 85.2%가 사교육을 이용 중이다.

이는 공교육 불신이 그만큼 크다는 걸 뜻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업 공백이 사교육 의존을 높인 부분도 있겠지만, 교육재정이 급증하는 가운데 학교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가 자동 할당돼 학생 수가 줄어도 매년 늘어난다. 그 결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하위권이었던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20년 새 최상위권으로 올라섰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러나 학생들의 학력 저하는 심각하다. 중학교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2012~2021년 국어는 6배, 수학은 3.3배 늘었다. 고교는 국어 3.4배, 수학 3.3배 증가했다. 최근 10년간 학력 경시 풍조가 자리 잡으면서 학력이 하향평준화된 탓이 크다. 여기에 입시 경쟁이 치열해지며 사교육 의존도를 높였다. 대학 진학에선 여전히 성적 경쟁이 극심한데, 학교교육만으론 충족이 안 되니 학원과 과외로 발길이 쏠린다.

사교육비 증가는 비단 입시정책만의 문제가 아니라 저출산을 악화시키는 주요인이기도 하다. 지난해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실시한 ‘저출산 인식조사’에서 청년세대(만 19~34세)가 출산을 원치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양육비·교육비 등 경제적 부담(57%)이었다.

이제 정부는 사교육비 문제를 저출산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문제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 학생들이 학원에 가지 않아도 원하는 공부를 학교에서 할 수 있게 공교육을 개혁하는 것은 물론, 저학년의 경우엔 학교의 돌봄 기능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초등학생 사교육비 급증의 주원인이 방과 후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 학원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란 점도 주지해야 한다.

저출산 정책이 그동안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은 당사자들에게 시급한 문제를 속 시원히 해결해 주지 못한 탓이 크다. 주거 부담, 경력 단절 등 저출산의 이유가 되는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가야 한다. 그러려면 사교육비도 입시 문제만이 아니라 공교육 개혁을 통해 저출산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접근해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