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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이 콕 찍어 때린 윤경림, KT 대표 최종후보에…변수는 주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KT 이사회가 7일 차기 대표 최종 후보자를 확정해 발표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사옥. [연합뉴스]

KT 이사회가 7일 차기 대표 최종 후보자를 확정해 발표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사옥. [연합뉴스]

KT의 차기 대표이사(CEO) 최종 후보로 윤경림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7일 선정됐다. 여권이 구현모 현 대표 측근으로 강하게 비난했던 윤 사장을 이사회가 최종 후보로 낙점한 것이다. KT를 둘러싼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날 KT 이사회는 이사 전원 합의로 윤경림(60) 사장을 차기 CEO 후보로 확정하고, 정기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윤 사장은 이달 말 열리는 주총 표결을 거쳐 CEO 취임을 확정 짓게 됐다. 이사회로 구성된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이날 윤 사장을 비롯해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부사장),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사장)에 대한 개별 심층 면접을 진행했다. 구현모 현 대표이사와 윤경림 사장 등 사내이사 2명과 사의를 표명한 이강철·벤자민 홍 전 사외이사는 평가에 참여하지 않았다.

KT 이사회는 디지털 전환(DX) 역량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 마련, 변화와 혁신 추구, 기업가치 제고, ESG 경영 강화 등에 중점을 두고 면접 심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강충구 KT 이사회 의장은 “윤경림 후보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KT가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명확히 제시했다”며 “신성장 사업 개발과 제휴·협력 역량이 탁월해 KT그룹의 DX사업 가속화와 인공지능(AI) 기업으로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정부와 국회 등에서 우려하는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이슈와 관련,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트렌드 변화에 맞춘 지배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도록 하겠다”며 “외부 컨설팅을 통해 CEO 선임 프로세스, 사내 후보자군 육성 등에 대한 현황을 점검하고, 국내·외 우수사례를 분석하는 한편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을 통해 객관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협약서에 서명하는 윤경림 KT 사장(오른쪽)과 오밋 오날(Umit Onal) 투르크텔레콤 CEO.[사진 KT]

협약서에 서명하는 윤경림 KT 사장(오른쪽)과 오밋 오날(Umit Onal) 투르크텔레콤 CEO.[사진 KT]

이게 왜 중요해

여당 의원들이 실명을 거론하며 반대한 윤경림 사장이 KT의 차기 CEO 최종 후보에 오르게 되며 KT를 향한 여권의 비판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 7명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KT 이사회가 KT 출신 전·현직 임원 4명만 면접 대상자(숏리스트)로 통과시켰다”며 “차기 사장 인선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특히 윤경림 사장에 대해 “대표 선임 업무를 하고 있는 이사회의 현직 멤버로 ‘심판이 선수로 뛰고 있는 격’이라 출마 자격이 없다”며 “KT 이사회가 윤 사장을 후보군에 넣어 그들만의 이익 카르텔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KT를 겨냥해 “민생에 영향이 크고 주인이 없는 대기업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지배구조)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온 터다. 7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국민을 위해 이권 카르텔 세력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T 뿐만 아니라 임기를 1년 남겨둔 포스코 회장직과 다른 공기업의 CEO 인선에도 정부가 적극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KT의 사외이사 6명이 참여한 이번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에는 유희열 전 과학기술부 차관, 김대유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수석비서관 등 노무현·문재인 정부 인사가 참여했다. KT 이사회가 정부·여권의 압박에 굴하지 않은 데에는 이러한 인적 배경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종 1인 된 윤경림은

현직 KT맨인 윤경림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KAIST 경영학 석사·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LG데이콤(현 LG유플러스), 하나로통신(현 SK브로드밴드)을 거쳐 KT에 입사했으며 CJ, 현대차로 자리를 옮겨 전략기획, 신사업 발굴에 강점을 보였다. 황창규 전 KT 회장 시절 미래융합전략실을 맡았고, 지난 2021년엔 구현모 대표의 요청으로 KT에 돌아와서도 통신과 이종산업과의 융합에 주력했다.

윤 사장이 CEO로 취임 시 구 대표의 디지코(디지털 플랫폼 기업)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해 KT 내부에서는 일부 반대 여론이 형성됐다. KT새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사회가 구현모 리스크의 연장을 선택하며 KT의 앞날이 매우 불투명해졌다”고 비판했다.

주총 표 대결이 관건

남은 변수는 주총이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주주명부 폐쇄일인 지난해 말 기준 10.12%의 지분을 보유했다. 그간 국민연금은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조하며 구 대표의 연임을 반대하는 등 여권 여론을 대변해왔다. 지난달 28일 숏리스트 발표 이후에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정부·여당의 불만을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은 KT의 2·3대 주주인 현대차그룹(7.79%, 현대차 4.69%·현대모비스 3.1%)과 신한은행(5.48%)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윤경림 사장은 후보 선정 후 소감문을 통해 “정부와 주주의 우려를 공감한다.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이슈와 과거 관행으로 인한 문제들은 과감히 혁신하고, 정부 정책에 적극 동참하겠다”며“KT가 국민기업으로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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