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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개미 주주 들끓는 KT, 7일에 후보 낼까…주총은 31일 유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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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광화문 사옥. [연합뉴스]

KT 광화문 사옥. [연합뉴스]

KT 차기 대표이사(CEO) 최종 후보 발표를 앞두고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KT 이사회는 7일 후보군 4명(숏리스트)에 대한 면접을 진행한 뒤 평가 결과를 토대로 오후 중 최종 후보 1명을 공개하기로 했다. 하지만 발표 당일까지 후보들에 대한 ‘일괄 사퇴설’ ‘전원 탈락설’이 제기되는 등 안팎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당초 KT가 차기 CEO 선임 절차를 다시 밟거나 최종 후보 발표를 연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 상황. 하지만 KT 측은 이날 CEO를 발표하기로 한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7~8일 양일간 진행 예정이며, CEO 최종 후보 외에 신규 사외이사 선임, KT 정관 변경 등의 주총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상법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인 KT는 이 달 안에 주주총회를 치러야 하며, 소집 결의와 안건 등에 대한 정보를 주총 2주 전까지 알려야 한다. KT 관계자는 “주총 개최일은 3월 마지막날인 31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며 “이사회가 모든 안건에 대한 논의를 마친 8일 이후 주총 일정을 공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게 왜 중요해

구현모 KT 대표가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 둘째 날인 28일 오후(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전시장에서 '협업(Co-Creation)을 위한 시간인가?'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구현모 KT 대표가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 둘째 날인 28일 오후(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전시장에서 '협업(Co-Creation)을 위한 시간인가?'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① 정권과의 마찰, 극복 가능할까: 구현모 대표의 연임 도전과 KT 전·현직 임원으로 구성된 숏리스트를 두고 정부와 여권이 노골적인 반대를 이어간 가운데 KT의 새 대표이사 인선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사회의 결정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것. 누가 KT의 수장이 되든 향후 3년간의 경영 활동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② 소액주주 권익은 어디로: 그간 정부·여권, 그리고 KT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소유분산기업의 투명한 지배구조와 CEO 선임 절차의 공정성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외풍에 취약한 소유분산기업의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났고, KT는 주가 방어에 실패하며 ‘소액주주의 권익은 누가 지키는가’라는 질문을 남겼다.

후보 면면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현재 CEO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4인은 모두 KT에서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직 KT맨인 윤경림(60)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KAIST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LG데이콤, 하나로통신(현 SK브로드밴드)을 거쳐 KT에 입사했으며 CJ, 현대차로 자리를 옮겨 전략기획, 신사업 발굴 등에 주력했다. 지난 2021년 KT에 세번째 입사했다. 신수정(58) 부사장은 서울대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를 마쳤다. 삼성SDS, SK C&C, SK인포섹(현 SK쉴더스) 등을 거친 정보기술(IT) 전문가로 KT의 엔터프라이즈 부문을 맡아 로봇 사업을 주도했다.

서울대 토목공학과에서 학·석·박사를 받은 박윤영(61) 전 사장은 KT의 초고속 인터넷 ‘메가패스’와 인터넷TV(IPTV) ‘메가TV’ 출시를 이끌었다.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을 총괄하며 신사업 발굴에 성과를 거뒀으며, 2019년 KT CEO 경선에서 구 대표와 한 표 차 경합을 벌였다. 임헌문 전 사장(63)도 2019년 CEO 경선에서 석패했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대학원에서 석·박사를 마쳤으며 퇴직 후 1년 간 충남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마케팅 전문가로서 인공지능(AI) 스피커 ‘기가지니’ 출시에 기여했다.

이사회 분위기는

KT 이사회는 계획된 일정을 차질 없이 진행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세번째 선임절차 밟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절차를 번복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KT 관계자는 “대표 인선 과정에 대한 신뢰를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끝까지 마무리 짓겠다는 이사회의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권의 불편한 내색을 모른체하기도 어려운게 사실. 인허가 사업인 통신 서비스의 특성상 정부와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제동으로 이사회가 진행 중인 절차를 또 한 번 중단하거나 ‘적임자가 없다’고 발표하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와중에 사외이사 임기를 2년 앞둔 벤자민 홍 전 라이나생명보험 대표는 최근 이사회에 사의를 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후보자 4명에 대한 면접은 KT 이사회로 구성된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가 진행하는데, 홍 이사의 사임 절차가 진행될 경우 후보자 면접은 남은 사외이사 6명이 진행할 전망이다. 친 문재인 정부 인사로 분류되는 이강철 전 사외이사는 지난해 말 사퇴해 면접에 참여하지 않는다.

개미들 분노한 이유

지난해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KT 제4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가 질의하고 있다. [사진 KT]

지난해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KT 제4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가 질의하고 있다. [사진 KT]

이런 가운데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최근 KT 주식을 대량 매도한 사실이 확인돼 소액주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달 말 KT 주총에서 국민연금은 주주 명부 폐쇄일(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지분율인 10.12%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3일 국민연금이 공시한 주식 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KT 지분율을 8.53%까지 낮췄다. 지난 연말부터 최근까지 KT 주식 총 548만주를 매도한 셈이다. 지난해 말 3만8100원까지 올랐던 KT의 주가는 등락을 거듭하다 현재 3만원 선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6일 기준 3만500원). 현재 KT의 소액주주 비중은 약 57%에 이른다.

한편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운용 손실은 79조6000억원으로 기금 운용 이래 가장 부진한 -8.22%를 기록했다. 국내 주식수익률이 -22.76%를 기록하며 손실폭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KT와 각을 세우며 결과적으로 개미투자자와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손해를 끼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현재 KT 소액주주들은 집단행동을 예고한 상태다. 지난달 말 네이버 카페에 개설된 ‘KT주주모임’에는 200여 명의 주주가 모여 의결권을 모아 권리를 행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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