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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전대 하루 앞두고 손잡은 황교안-안철수 "김기현 사퇴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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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ㆍ8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하루 앞둔 7일 안철수ㆍ황교안 후보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김기현 후보는 오늘 바로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행정관이 온라인 채팅방에서 김 후보를 지지했다는 대통령실 당무 개입 의혹과 울산 땅 투기 의혹으로 “김 후보가 대표가 될 자격을 상실했으며 대표가 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에게 짐이 된다”는 이유를 댔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하루 앞둔 7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안철수 후보와 황교안 후보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하루 앞둔 7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안철수 후보와 황교안 후보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그러면서 이들은 “즉시 사퇴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실 행정관의 전당대회 개입에 관한 모든 증거를 가지고 싸울 것이다”,“이대로라면 당이 분열하게 된다”라고도 했다. 황 후보는 기자회견 후 페이스북에 “김 후보가 사퇴하지 않을 경우 우리 두 사람은 강력한 대여투쟁을 진행할 것”이라고 썼다.

안 후보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대통령실 당무 개입 논란과 관련해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직권남용 혐의)했다. 이와 관련 천하람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대표가 돼 명확히 진상을 파악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안철수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캠프의 김동국(왼쪽부터), 김영호, 이종철 대변인이 7일 오후 정부과천종합청사 민원실 앞에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행정관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캠프의 김동국(왼쪽부터), 김영호, 이종철 대변인이 7일 오후 정부과천종합청사 민원실 앞에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행정관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 후보 측은 “‘정당 분쇄기’ 안 후보와 보수정당 최악의 패배를 겪은 황 후보가 손잡고, 또다시 국민의힘을 분열시켜 총선 참패로 밀어 넣으려는 것이냐”(김시관 수석대변인)고 맞받았다. 이어 “사실상 경선 결과에 불복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는 충격적인 발언”이라며 “대통령실은 두 후보의 근거 없는 비방과 흑색선전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원의 축제라는 전당대회가 선거운동 마지막날까지 상호 비방으로 얼룩진 것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시작부터 시끄러웠다. 지난해 12월 대표 선출 룰을 기존 ‘당원 투표 70%+여론조사 30%’에서 ‘당원 투표 100%’로 변경한 게 논란의 신호탄이었다. 대표적 반윤(反尹)인 유승민 전 의원이 당시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에 오르자 룰을 바꿨다는 의심이 제기됐다.

윤심(尹心) 논란도 계속됐다. 김 후보는 윤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명인 장제원 의원과 김장 연대를 맺고 “윤심은 내게 있다”고 홍보했다. 한때 지지율 선두를 달리던 나경원 전 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 자리를 두고 사퇴와 해임 등을 오가다 결국 1월 하순 경선 레이스에서 스스로 물러섰다. 안 후보도 지난 대선 때 후보 단일화 이력을 거론하며 ‘윤안(윤석열ㆍ안철수) 연대’를 내세웠다가 코너에 몰렸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 1월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당대표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 1월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당대표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후보 간 네거티브도 끊임없었다. 황 후보는 김 후보의 울산 땅 투기 의혹을 집요하게 제기했고, “대장동 판박이”(안철수), “울산의 이재명”(천하람)이라며 다른 후보도 가세했다. 이에 질세라 김 후보도 안 후보에게 “민주당 DNA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3개월여 달려온 레이스가 막판까지도 비전 경쟁보단 정쟁 다툼으로 변질되면서 당내엔 “전당대회의 컨벤션 효과는커녕 당에 대한 비호감만 커진 것 같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김 후보 측은 “안 후보는 헤어질 결심을 한 사람 같다”(김시관 수석대변인)고 하는 반면, 나머지 후보는 “김 후보가 당선되면 비대위가 들어설 것”이란 입장이다.

김성수 한양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사법리스크로 민주당 지지율이 속절없이 깎이는 상황임에도 국민의힘이 이를 온전히 흡수하지 못하는 건 볼썽사나운 집안싸움 탓”이라고 말했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3개월 내내 시끄러웠던 탓에 투표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긴 했지만, 질적으로 봤을 때 흥행한 전당대회로 부르긴 힘든 이상한 전당대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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