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치 편향’ 논란 연금 전문위원 부적절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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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전북 전부에 위치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건물 전경. 중앙포토

전북 전부에 위치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건물 전경. 중앙포토

‘박근혜 탄핵 반대’ 변호사, 연금 전문위원 선임

금융 전문성도 논란…검증 시스템 재점검해야

보건복지부가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상근 전문위원에 한석훈 변호사를 선임했다. 부장검사 출신으로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를 지낸 법조인이다. 야당은 한 위원의 선임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경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한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무효를 주장했던 인물”이라며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무시하면서 무슨 연금개혁을 하겠다는 말이냐”고 비판했다.

복지부는 법적인 결격 사유는 없다는 해명자료를 냈다. 복지부에 따르면 한 위원은 국민연금법 시행령에 따라 사용자단체(경영계) 추천을 받았다. 반드시 연금이나 금융 전문가가 아니라도 법률 부문에서 5년 이상 경력이 있으면 된다는 조건도 충족한다. 하지만 한 위원이 왜 적임자인가에 대해선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국민연금 상근 전문위원은 높은 수준의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자리다. 국민연금 기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890조원에 이른다. 특정 정치집단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노후 준비 자금이다. 그런데 한 위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옹호하면서 정치 편향성 논란을 자초했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국회가) 성급하게 탄핵소추를 의결한 것은 부당하고 무책임한 처사였다”며 “최서원(최순실) 게이트는 대통령이 최서원과 결탁해 최서원의 사익 추구를 지원한 사건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누구든지 자유롭게 정치적 의견을 표명할 권리가 있다. 다만 공직자로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느냐는 엄격하게 따져봐야 할 문제다.

한 위원이 국민의 노후 자금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췄는지도 철저히 검증해 봐야 한다. 현재 국민연금은 국내 주요 상장기업에서 최대주주나 2대 주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어느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느냐에 따라 주요 기업의 경영진까지 교체할 수 있을 정도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가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고 최대한 신중하게 결정돼야 할 이유다. 최우선 목표는 연금 수익률이 향상돼야 한다. 하지만 한 위원의 경력을 보면 자본시장이나 금융 부문에서 충분한 전문성이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정부의 공직자 인사 검증 시스템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검찰 출신 정순신 변호사는 자녀의 학교폭력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자 자진 사퇴했다. 야당은 검찰 출신이 주요 공직과 검증 과정까지 독차지한 ‘검찰 공화국’이라고 비판한다. 단순히 검찰 출신이란 이유만으로 무조건 반대하는 건 온당하지 않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가 필요한 자리가 있고, 금융 전문가가 필요한 자리가 있다. 이번 인사는 검찰 출신 여부를 떠나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성의 두 가지 기준에서 적절한 인사라고 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