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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최대 시장 중국서 소비재 경쟁력까지 잃어서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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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018년 국내 롯데면세점에서 진행된 한국 화장품을 소개하는 중국 '왕홍'의 라이브 방송. [뉴스1]

2018년 국내 롯데면세점에서 진행된 한국 화장품을 소개하는 중국 '왕홍'의 라이브 방송. [뉴스1]

중국 시장, 코로나19 뒤 한국 상품 구매 급감

“K브랜드 이미지와 마케팅 전략 강화가 절실”

한국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문이 닫히고 있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으로 인한 공급망 재편으로 반도체와 같은 중간재 수출이 급감한 데 이어, 그간 중국 한류(韓流) 바람의 선두에 서 있던 소비재마저 힘을 잃어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어제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중국 소비자 트렌드 설문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 내 화장품·식품·의류 등 한국 상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 비율은 43.1%였다. 언뜻 보면 높은 수치로 여길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이는 78.7%를 기록했던 코로나19 이전, 즉 2020년 조사 대비 35.6%포인트나 하락한 수치다. 중국 최대 도시이면서 소득 수준이 높은 베이징과 상하이는 중국의 소비 트렌드를 이끌어 간다는 점에서 상황이 더 심각하다.  두 도시에 사는 소비자의 한국 상품 구매 비율은 각각 40.2%, 41.3%로 2020년 조사 때보다 각각 46.8%포인트, 45.7%포인트 급락했다.

한국 상품이 인기를 잃어 가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중국 소비자의 주 구매 방식인 온라인 쇼핑몰에 올라온 상품 후기(35.9%)와 중국인이 느끼는 한국의 국가 이미지(34.6%), 경쟁력 부족(33.6%)이다. 첫째와 둘째 이유가 주관적·감정적 요소라면 셋째 이유는 상품 그 자체의 문제라는 측면에서 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이번 조사에서 중국 소비자의 58.2%가 한국 대신 중국 상품을 선택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2020년 조사에 비해 유럽 및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응답한 소비자도 증가했다. 중국인들이 이제는 서구 선진국 제품을 사든지, 아니면 자국 제품을 선택하겠다는 것이니 한국산은 이 둘 사이에 끼인 어정쩡한 상품으로 전락한 셈이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다. 2위와 3위인 미국·베트남 수출을 합친 것보다도 많다. 국가 전체 경제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무역의존도)이 80%에 육박하는 나라에서 최대 수출국인 중국 시장의 문이 닫힌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국제정치 역학의 변화에 휘말려 중간재 시장을 포기해야 하는 것도 모자라, 우리의 경쟁력이 떨어져 소비재 시장까지 잃어버릴 수는 없다. 최근 중국은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벗어나면서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 경제가 5.2% 성장하며 글로벌 성장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리오프닝(re-opening), 즉 중국 시장이 다시 열린다는 얘기인데 최근 상황을 보면 한국은 예외가 될 수도 있는 형국이다. “달라진 중국 시장에 준비된 기업과 상품을 우선 진출시켜 코리아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준비가 부족한 기업엔 다양한 지원을 통해 경쟁력 있는 상품과 마케팅 플랜을 갖추는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 기업과 정부는 무협의 제언에 귀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