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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기관차의 종말” EU 선언에 쾌재 부른 중국, 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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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4일 유럽 의회는 기후 변화에 대처하고 전기 자동차 전환을 가속하기 위해 2035년부터 유럽연합(EU)에서 휘발유 등 내연기관 승용차·승합차 신차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 승인에 따라 EU는 향후 단계적으로 100% 전동화를 진행한다. 2030년까지 휘발유나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차량의 탄소 배출량을 2021년 대비 각각 55%, 50% 줄여야 한다. 2035년에는 탄소 배출량이 ‘0′인 신차만 출시할 수 있다.

오는 3월 해당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2035년 이후에는 하이브리드(HEV)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같은 부분 전동화 모델도 유럽에서 판매할 수 없다. 향후 유럽에서는 전기차나 수소차만 판매해야 한다는 얘기다.

사실상 내연기관차의 종말이다. 이번 법안을 주도한 얀 하위테마 의원(네덜란드)은 “이 법이 자동차 업계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투자와 혁신을 촉진할 것”이라며 “무공해 차량의 구입 및 유지비도 낮추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본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북미, 중국과 함께 세계 3대 시장으로 분류되는 유럽의 이번 결정으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전동화 전환도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쾌재를 부르는 곳, 중국이다.

유럽의 내연기관차 종말설에 중국 완성차 업체를 비롯, 신에너지차 관련 업계는 올해가 중국 신에너지차 수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먼저 유럽은 중국 신에너지차의 주요 수출 시장이다. 2021년부터 유럽은 중국의 신에너지 자동차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기차 전환을 가속하는 유럽 자동차 회사들이 중국에 생산을 위탁하면서 나온 결과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중국의 신에너지 자동차 수출은 해마다 증가했지만, 당시 주요 수출 지역은 아시아였다. 그러나 유럽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2021년, 유럽으로 연간 28만 5000대의 차량을 수출하고 아시아는 24만 4100대에 머물렀다 (중국 세관).

지난해 중국 신에너지차 수출량은 67만 9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0% 넘게 증가했는데, 수출 3대 시장 중 2곳이 유럽 국가 ‘벨기에’와 ‘영국’이다 {중국자동차산업협회(中國汽車工業協會)}. 지난해 11월 중국의 전기차 수출액은 32억 달러로 작년 동월 대비 165% 증가했는데, 수출된 전기차의 70%가 벨기에·영국 등 유럽으로 향했다.

유럽의 신에너지 차 10대 중 1대는 중국산 차량이다. 중국자동차산업협회는 현재 10여 곳에 가까운 중국 본토 기업이 유럽으로 신에너지차를 수출하고 있으며, 중국 신에너지차가 유럽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로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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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신에너지차 대표 주자인 비야디(BYD)는 이미 10년 전부터 유럽 시장 개척에 나섰다. 현재까지 유럽 시장에서 순수 전기 버스를 3300대 넘게 수주했으며, 해당 시장 점유율은 2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국에서의 순수 전기 버스 시장 점유율은 70%를 돌파했다.

유럽은 중국 업체로부터 차량용 배터리를 전적으로 공급받고 있다. 전기차의 생명은 ‘배터리’다. 배터리는 평균적으로 전기차 판매가의 약 40%를 차지한다. 차량의 생산 원가와 가격 경쟁력을 결정하는 큰 요인이다. 특히 배터리 4대 광물의 제련, 공정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진행된다. 자국 시장의 제한된 생산 능력으로 유럽은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 제품을 주로 사용하는 상황이다.

유럽 배터리 시장은 중국에 잠식당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CATL, 푸넝과기(孚能科技), 펑차오에너지(SVOLT, 蜂巢能源)와 같은 중국 기업은 업스트림 산업 사슬을 주도하며 유럽에 공장을 속속 건설했다.

CATL은 지난해 12월 독일 에크푸르트 지역에 생산공장을 준공하고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했다. 첫 해외 생산 기지인 독일 튀링겐주 공장에 이은 유럽 두 번째 공장이다. 최근엔 헝가리에 100GWh 규모의 2공장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괴팅겐에 대규모 배터리 생산라인을 보유한 궈쉬안하이테크(國軒高科)는 지난 19일 슬로바키아 ‘이노뱃’과 배터리셀·팩 생산공장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가격 보고 기구인 벤치마크 미네랄즈는 중국이 2031년까지 유럽 내 배터리 생산 능력 1위에 등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일 튀링겐주에 위치한 중국 배터리 기업 CATL의 배터리 공장. CATL

독일 튀링겐주에 위치한 중국 배터리 기업 CATL의 배터리 공장. CATL

가격도 저렴하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유럽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는 유럽 전기차보다 평균 3199만 원(42.9%) 저렴한 가격에  팔리고 있다.

스켈란티스(Stellantis) CEO 카클로스 타바레스(Carlos Tavares)는 “유럽의 규제로 인해 유럽에서 생산되는 전기차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동급 차량보다 약 40% 더 비싸다”며 “유럽의 자동차 산업이 유럽 태양광 패널 산업과 같은 암울한 운명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은 배터리 원료 자원이 중국보다 턱없이 부족할뿐더러 현지 전력 배터리 회사는 아직 개발 초기 단계에 있다. 해외 의존도, 특히 중국에 대한 의존이 높아지는 이유다.

프랑스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인 포비아(Forvia)는 “중국 업체의 전기 자동차의 비용이 유럽 제조업체보다 평균적으로 약 1만 유로 저렴하며, 압도적인 비용 우위가 자국 시장에서 유럽 제조업체에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작년 말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 본토 신에너지차 기업은 올해 유럽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중국의 유럽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2023년 현재 5%에서 2025년 15%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오토 상하이 2021'에서 기자들이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 부스에서 관계자를 인터뷰하고 있다. 신화통신

지난해 11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오토 상하이 2021'에서 기자들이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 부스에서 관계자를 인터뷰하고 있다. 신화통신

중국이 잠식하는 걸 두고만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미래 먹거리 ‘유럽 전기차’ 시장을 놓고 각축전이 열렸다. 일본 완성차 업체 닛산은 오는 2027년 3월까지 유럽시장에서 판매하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비중을 98%까지 끌어올린다고 밝혔다. 지난 2021년 발표한 기존 목표인 75%를 불과 1년 반에 23% 포인트까지 올리겠다는 얘기다.

현대차그룹 역시 유럽 내 전기차 점유율 확대에 더욱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이미 2035년을 전후로 글로벌 시장에서 내연기관차를 판매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이어 2040년에는 완전 전동화를 실현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2일 유럽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처음 설립했다. 포드·코치와 함께 전기차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생산된 배터리는 포드가 유럽 시장에 내놓는 상용차에 주로 탑재될 예정이다.

한편 유럽 자동차 업계에는 반도체 수급, 생산 불균형, 중국 의존도 등 EU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전기차 산업 촉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유럽 비정부기구(NGO) 유럽운송환경연합(T&E)은 “유럽이 자동차 산업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EU는 중국과 미국의 자국 전기차 기업 지원안에 대응해 독자적이고 강력한 산업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은수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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