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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출신 추천한 청장 용퇴"…정순신 낙마가 흔드는 윤희근 거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순신(57·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의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취소에 따른 후폭풍이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한 용퇴론으로 확대되고 있다.

27일 경찰 내부망에는 수사 경찰을 지휘하는 국수본부장에 검사 출신을 단수 추천한 데 대한 분노, 그런 국수본부장의 자녀 학교폭력 논란을 걸러내지 못한 인사 검증 실패를 비판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왔다. 경찰 안에서는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등으로 쌓여 온 불만이 이번 일로 폭발한 것이란 반응이 나온다.

경남청 소속 한 경찰관은 “검찰 출신의 국수본부장 임명은 검찰 정권이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총경 보복 인사에 이어 경찰 장악의 마침표를 찍겠다는 계산”이라고 썼다. 전남청의 한 경찰관도 “검사 출신 국수본부장 임명과 사임은 단순하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라며 “이번 일련의 사태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경찰관은 “검사 출신의 국수본부장 임명은 가히 1905년 을사늑약을 통해 군국주의 일본에 외교권을 넘겨주어 대한제국을 노예로 만든 조약과 다를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27일 국회에서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취소와 부실 검증에 따른 책임론을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사진은 윤 청장이 이날 서울 미근동 경찰청을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윤희근 경찰청장은 27일 국회에서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취소와 부실 검증에 따른 책임론을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사진은 윤 청장이 이날 서울 미근동 경찰청을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도 전날(26일) 경찰 내부망에 ‘경찰은 중립적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윤 청장 거취 문제를 제기했다. 직협은 “경찰수사 최고 책임자의 적격성 판단 근거에 대해 조직 구성원 앞에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 경찰의 중립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면 더 이상 그 책무를 수행할 수 없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글엔 “조직이 붕괴돼 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소신 있게 말 한마디 못하는 무능한 경찰청장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용퇴하는 것이 필요하다” “청장님도 이 글을 보신다면 많은 것을 느끼실 것이라 생각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다만, 뜨거운 용퇴론과 달리 윤 청장에게 책임을 묻긴 어려울 것이란 시선도 적지 않다. 경찰청의 한 총경급 간부는 “검찰 출신 국가수사본부장 추천 인사를 윤 청장 뜻대로 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오히려 소수”라며 “실제 인책이나 용퇴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윤희근 “국수본부장 추천 대통령실과 의견 교환해 적격자 추천”

이런 가운데, 윤 청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에 출석해 정 변호사를 국수본부장에 추천한 것과 관련 “대통령실과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의 지시가 있었냐'는 질문에 의원들의 질의에 윤 청장은 "별도로 대통령실의 요청을 수용한 것은 아니고, 의견 교환을 통해 적격자를 추천했다"고 답했다고 정보위 여당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전했다.

인사검증과 관련해서는 “국수본부장 임명 과정에서 경찰청은 인사검증 권한이 없고 검증 결과를 보고받을 뿐”이라며 “(정 변호사에 대한) 인사검증 결과 '아무 문제 없음'으로 통보받았다”고 밝혔다고 정보위 야당 간사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했다. 정 변호사에 대한 인사검증을 법무부 인사 검증단이 맡아 했고, 학폭 문제가 이 과정에서 발견되지 않았다는 취지다.

윤 청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에게 제기된 용퇴론에 대해 “고민은 늘 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 변호사 아들의 학폭 문제를 추천 단계에서 인지했느냐는 질문엔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한편, 정 변호사 아들의 학폭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아들 정모(22)씨가 입학한 서울대도 이날 곤혹스러운 모습이었다. 서울대 측은 우선 “사실관계를 파악해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정씨가 입학한 2020학년도 정시모집 일반전형은 체육교육과를 제외하면 전 모집 단위에서 수능점수를 100% 반영한 만큼 입학 과정상의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게 학교 내 대체적인 관측이. 서울대 관계자는 “모집 요강에 ‘학내·외 징계 여부 및 그 사유 등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 서류를 요청할 수 있으며, 감점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감점을 할 수 있지만, 그 비중이 크지 않아 당락에 영향을 미치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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