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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들’을 줄여 쓰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다음 중 가장 적절한 복수 표현은?

㉠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다

㉢ 여러 사람이 다쳤다

사물을 복수로 만들 때는 접미사 ‘~들’을 사용한다. 그렇다면 복수가 되는 것에는 무조건 ‘~들’을 붙여야 할까?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를 보자. 수식어와 수식받는 말 모두 복수 형태다. 이런 경우 영어식 표현이 몸에 밴 사람이라면 지극히 자연스럽게 느낄 것이라 생각된다. 영어에선 수식어가 많다는 것을 나타내면 수식받는 말 역시 복수 형태로 표현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말에서는 그렇지 않다. 우리말에선 이야기의 앞뒤 흐름으로 복수임을 짐작할 수 있거나  문장 속에 있는 다른 어휘로 복수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경우 ‘들’을 붙이지 않는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모였다”고 하는 것이 우리 식으로 가장 적절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다”도 보자. 이 경우에는 명사(음식점들)뿐 아니라 수반되는 서술어(늘어서 있다)까지 많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이 역시 우리 식 표현으로는 “음식점이 늘어서 있다”고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늘어서 있다’가 많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음식점’엔 ‘들’을 붙일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여러 사람이 다쳤다”는 어떨까? ‘여러’가 많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사람’에는 ‘들’을 붙일 필요가 없다. 이것이 정답이다. 표현의 으뜸 가치인 간결성을 살릴 수 있을 뿐 아니라 각각이 군집을 이룬다는 면에서 훨씬 과학적인 표현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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