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카피 써봐" 10초만에 뚝딱…현대백화점 신입사원 정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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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루이스, 사번: 20230302, 소속: 현대백화점 영업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

현대백화점은 인공지능 카피라이팅 시스템 루이스를 오는 2일 정식 도입한다. 사진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은 인공지능 카피라이팅 시스템 루이스를 오는 2일 정식 도입한다. 사진 현대백화점

내달 2일 정식 입사하는 현대백화점의 인공지능(AI) 신입사원 ‘루이스’의 프로필이다. 직위는 선임으로, 신입이지만 실력은 만만치 않다.

루이스 선임에게 ‘봄’과 ‘입학식’을 핵심어로 ‘향수’에 대한 광고 문구를 만들라는 지시를 내리자 ‘향기로 기억되는, 너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답을 내놓는다. 이번엔 ‘연인’으로 핵심어를 바꿔보라고 주문하자 약 10초간 고민하더니 ‘흩날리는 벚꽃처럼 설렘 가득한 향’ ‘봄바람과 함께 찾아온 로맨틱한 향기’라고 답한다.

최근 3년간 현대백화점 광고 문구 1만여 건을 집중 학습한 루이스는 최적의 광고 카피, 판촉 행사 소개문을 단시간내 뽑아낸다. 사진 현대백화점

최근 3년간 현대백화점 광고 문구 1만여 건을 집중 학습한 루이스는 최적의 광고 카피, 판촉 행사 소개문을 단시간내 뽑아낸다. 사진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은 광고 카피, 판촉 행사 소개문 등 마케팅 문구 제작에 특화된 초대규모 AI 카피라이팅 시스템 ‘루이스’를 다음 달 2일 정식 도입한다고 26일 밝혔다. 연중으로 판촉 행사가 진행되는 백화점 업계에서 마케팅 글쓰기에 최적화한 AI 시스템을 실무에 투입하는 것은 현대백화점이 처음이다.

루이스는 네이버의 초대규모 AI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를 기본 엔진으로 사용한다. 하이퍼클로바는 미국 오픈AI가 챗GPT-3(현 GPT-3.5의 이전 모델) 대비 한국어 데이터를 6500배 이상 더 많이 학습해 우리말을 가장 잘 이해하고 구사하는 AI로 알려져 있다. 사람처럼 문장 및 문맥을 이해하고 생성할 수 있어 감성적이고 창의적인 작문도 가능하다.

루이스는 현대백화점 그룹 내 정보기술(IT) 기업 ‘현대IT&E’가 직접 개발했다. 최근 3년간 현대백화점에서 사용한 광고 문구 중 고객 반응이 좋았던 데이터 1만여 건을 집중적으로 학습했다. 현대백화점이 추구하는 감성과 뉘앙스에 가장 부합하는 문구 특징을 익히기 위해서다.

루이스는 이달 초부터 2주간 현대백화점 내 커뮤니케이션팀 등 관련 부서 120여 명의 테스트를 거쳤다. 루이스와 대화하듯 디자인된 웹사이트에 행사 브랜드와 주제, 계절 등 핵심어를 입력하면 10초 안에 제목과 본문으로 조합된 문구가 추출된다.

루이스에 행사 브랜드와 핵심어 등을 입력하면 10초 안에 제목과 본문으로 조합된 문구가 추출된다. 사진 현대백화점

루이스에 행사 브랜드와 핵심어 등을 입력하면 10초 안에 제목과 본문으로 조합된 문구가 추출된다. 사진 현대백화점

겨냥하는 고객 연령대까지 고려해 어투를 조절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아트페어’ 핵심어를 입력하고, 20대 고객을 설정하면 ‘인싸가 되고 싶다면 현백으로 모여라’가, 50대 고객을 설정하면 ‘예술이 흐르는 백화점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로 결과가 달라진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루이스 도입 후 통상 2주가 걸리던 광고 문안 작성 업무 시간이 평균 3~4시간 이내로 줄었다고 한다. 현대백화점은 앞으로 광고 문구 3년치 데이터를 추가로 학습시키는 고도화 작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향후에는 배너 광고, 상품 소개 페이지 등 마케팅 문구 생성에 최적화한 이커머스 버전을 추가 개발할 계획이다.

최근 유통업계서 인공지능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롯데온은 KT와 손잡고 인공지능 운송 플랫폼을 도입했다.

최근 유통업계서 인공지능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롯데온은 KT와 손잡고 인공지능 운송 플랫폼을 도입했다.

그간 유통업계에서는 AI ‘챗봇’ 등 고객 상담용으로 AI 기술을 주로 활용해 왔다. 최근에는 제품을 추천하거나, 배송 경로를 최적화하고, 마케팅 행사를 기획하는 등 활용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7월 자체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를 개편하고 AI 기반으로 한 개인화 서비스를 도입했다. 고객의 검색어·클릭·구매·관심 상품 등의 행동 패턴을 AI 알고리즘 기반으로 자동 분석해 고객별로 맞춤한 혜택과 기획전을 추천하는 선별(큐레이션) 서비스다.

이마트는 지난 2021년부터 AI와 빅데이터 전문가를 영입, ‘행사 고도화’ 실험에 나서고 있다. 기존 바이어가 진행한 판촉 행사 데이터를 AI가 학습해 고객들의 구매 패턴 등을 분석, 최적 행사 상품 및 행사 내용을 정하고 판매 수량을 예측해 제안하는 방식이다.

롯데온은 지난달 KT와 손잡고 ‘AI 운송 플랫폼’을 도입했다. 롯데마트몰 장보기 상품 배송 시 KT의 AI 기술을 활용해 최적의 배송 경로·일정을 자동으로 수립하는 물류 최적화 서비스다. 실제로 제주점·금천점·춘천점 등 3개점에서 시범 도입한 결과, 배송 경로 최적화부터 배차 확정까지 소요시간을 기존 평균 30분에서 3분으로 단축했다.

김성일 현대백화점 DT(디지털전환)추진실 전무는 “AI 카피라이터 도입으로 직원들이 보다 창의적 업무에 몰두하는 효과는 물론 고객들에게는 더욱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최신 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차별화한 고객 경험을 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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