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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뱉은 '불지옥' 표현에 코너 몰린 美...바이든 북핵전략 D학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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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고위 관료 출신 대북 전문가들이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낙제를 겨우 면한 수준”이라는 등 혹평을 내놨다. 핵ㆍ미사일 시험을 반복하는 북한에 더 강력한 경고를 보내지 않으면 “미국 스스로 코너로 몰릴 것”이란 진단과 함께다.

정찰풍선 사태를 놓고 미·중 대립이 격화한는 가운데 북한은 지난 18일 오후 미 본토를 사정거리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고각으로 발사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정찰풍선 사태를 놓고 미·중 대립이 격화한는 가운데 북한은 지난 18일 오후 미 본토를 사정거리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고각으로 발사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21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스팀슨센터가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중간평가’라는 주제로 개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이같은 발언을 쏟아냈다.

1994년 ‘북ㆍ미 제네바 합의’를 끌어낸 경험이 있는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특사는 “(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 자체는 옳으나,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은 명백히 ‘D’ 학점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 국무부의 외교적 접근에 대해 “북한과 전제조건 없이 만나겠다는 입장을 20번 넘게 밝혔지만 아무 대응이 없다”며 “같은 사람에게 같은 방식으로 같은 요구를 계속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북한에 대해 ‘적대적 의도가 없다’는 입장을 내는 것은 잘못”이라며 “선언적 태세에서 한층 더 강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로버트 칼린 전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국장은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그간 밝힌 대로 ‘불지옥(holy hell)’을 맛보게 해야 하는데, 만약 그렇게 안 하면 매우 바보처럼 여겨질 것”이라며 “미국 스스로 코너로 모는 일을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칼린 전 국장은 북한이 조만간 시도할 수 있는 태평양 공해상을 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정상 발사와 관련해선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정찰풍선 사태보다 훨씬 일관성이 떨어지게 대응할 가능성이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북한이 건군절(인민군 창건일) 75주년인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하고 고체연료를 이용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처음 공개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건군절(인민군 창건일) 75주년인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하고 고체연료를 이용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처음 공개했다. 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문제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수전 손튼 전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대행은 “바이든 행정부가 그렇게 말하지 않지만, 실제로는 대북정책이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의) ‘전략적 인내’로 회귀한 것 같다”고 짚었다.

이는 앞서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이 지난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ㆍ러에 비해 북한 대응이 뒷순위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이들 모두는 중요한 문제로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것은 한가로운 이야기”라고 밝힌 것과 대조적인 분석이다.

손튼 전 차관보 대행은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대북 관여를 압박하는 것과 관련해선 “중국이 미국과 대북전략에서 공조할 가능성은 없다”며 “중국은 북한의 도전을 제거하는 데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과거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을 ‘잠재적 균형자’로 활용했지만, 지금은 미ㆍ중 관계의 변화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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