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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침묵 깬 北…내부결속 위한 외부위협 필요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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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TV는 20일 "조선인민군 서부전선장거리포병부대 해당 방사포병구분대가 20일 아침 7시 방사포 사격 훈련을 진행했다"며 "600mm 방사포를 동원하여 발사점으로부터 각각 계산된 395km와 337km 사거리의 가상 표적을 설정하여 동해상으로 2발의 방사포탄을 사격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는 20일 "조선인민군 서부전선장거리포병부대 해당 방사포병구분대가 20일 아침 7시 방사포 사격 훈련을 진행했다"며 "600mm 방사포를 동원하여 발사점으로부터 각각 계산된 395km와 337km 사거리의 가상 표적을 설정하여 동해상으로 2발의 방사포탄을 사격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주민들이 의무적으로 읽어야만 하는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이 전날 오전에 진행한 600㎜ 초대형방사포 발사 소식을 21일 전했다. 신문은 이날 2면에 조선중앙통신을 인용해 "조선인민군 서부전선장거리포병부대 해당 방사포병구분대가 20일 아침 7시 방사포 사격 훈련을 진행하였다"며 '장거리포병구분대의 방사포사격훈련 진행'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북한은 전날 오후 관영매체인 조선중앙TV를 통해 관련 보도를 한 데 이어 다음 날 신문에서도 같은 소식 전했다. 이들 보도의 내용은 전날 오전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내보낸 기사와 같았다.

북한 대내용 매체들은 지난해 5월 평양 순안 일대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사실을 보도하지 않은 이후 침묵 기조를 이어왔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전략적 모호성', '주목도', '압박감' 등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경제상황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국방 부문에만 예산을 투입하는 것에 대한 주민의 반발을 의식했을 거라는 관측이 있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26일부터 10월 9일까지 진행된 전술핵운영부대의 군사훈련을 참관했다는 내용을 노동당 창건기념일(10월 10일)에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해당 기간에 감행한 미사일 시험발사 사실을 묶어 전했다.

북한군이 지난해 11월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7형'을 시험발사를 준비하는 모습. 관영 매체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시험발사장에 "사랑하는 자제분과 녀사와 함께 몸소 나오셨다"며 김 위원장 딸이 동행한 사실도 확인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군이 지난해 11월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7형'을 시험발사를 준비하는 모습. 관영 매체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시험발사장에 "사랑하는 자제분과 녀사와 함께 몸소 나오셨다"며 김 위원장 딸이 동행한 사실도 확인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특히 지난해 11월 19일에는 전날 진행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의 시험발사 소식을 전하면서 김정은의 딸 김주애를 처음 공개하기도 했다. 또 북한은 지난해 12월 18일에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MRBM) 두 발을 쐈는데, 북한 매체들은 해당 미사일의 정체와 관련해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최종 단계 중요 시험을 했다"고 이튿날 보도했다.

이후 12월 23일 오후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한 것에 대해선 침묵했지만, 올해 들어선 미사일 발사 소식을 빠짐없이 주민들에게 알리는 분위기다. 지난해 12월 31일과 새해 첫날 새벽에 잇달아 쏜 방사포와, 지난 18일 ICBM급인 '화성-15형' 시험 발사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차단을 위한 국경봉쇄로 인해 경제난·식량난에 시달리는 북한이 내부결속을 위한 수단으로 외부위협을 강조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노동신문은 이날 "미국과 남조선 괴뢰들은 2월 19일 전략폭격기 B-1B와 스텔스전투기 F-35 등 10여대를 동원한 연합공중훈련을 또다시 벌려 놓았다"고 명시해 이번 방사포 발사가 한미훈련에 맞대응 성격임을 분명히 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기본적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군사적 위협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내부적으로도 아사자가 속출하는 등 경제위기가 겹친 상황에서 체제 결속을 위해 외부위협을 당분간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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