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탯줄 단 채 구조된 시리아 ‘기적의 아기’ 고모가 입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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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진으로 무너진 잔해에서 구조된 아기가 18일(현지시간) 고모에게 입양됐다. [AP=연합뉴스]

지진으로 무너진 잔해에서 구조된 아기가 18일(현지시간) 고모에게 입양됐다. [AP=연합뉴스]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덮친 강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태어난 아기가 고모에게 입양됐다.

20일(현지시간) A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발생한 지진으로 시리아 북부 진데리스의 5층짜리 주택 잔해더미에서 숨진 엄마와 탯줄로 이어진 채 구조돼 ‘기적의 아기’로 불렸던 이 신생아가 지난 18일 병원에서 퇴원해 고모집으로 입양됐다.

여아인 이 신생아는 그동안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신의 계시를 뜻하는 ‘아야’로 불렸다. 이번에 새로운 보금자리로 옮기면서 숨진 엄마의 이름 ‘아프라’를 물려받았다. 아기의 아빠와 형제자매 4명도 모두 지진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구조된 아기도 막 병원에 옮겨졌을 땐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 아기를 돌본 소아과 의사 하니 마루프는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아기는 어딘가에 부딪혀 곳곳에 멍이 들어 있었고, 몸은 차가운 데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아기는 건강을 되찾아 안정된 상태다.

아기의 구조 영상은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퍼졌다. 영상에는 한 남성이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발견된 아기를 안고 내달리는 장면이 담겼다.

이 게시물을 접한 많은 사람이 직계 가족 없이 홀로 남겨진 아이를 입양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아기의 고모와 고모부는 직접 아기를 키우겠다는 의사를 고수했다. 이들 부부의 집도 지진으로 무너져 막막한 와중에 고모부는 아기가 행여 납치될까 걱정하며 매일 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병원 의료진도 성급한 입양을 반대하며, 아기가 건강하게 퇴원할 때까지 돌봤다. 아야보다 4개월 먼저 태어난 딸을 둔 병원 관계자 칼리드 아티아 박사는 아내의 협조로 아야에게 모유를 먹이기도 했다고 BBC는 전했다.

병원 측은 유전자 검사를 거쳐 아기와 고모가 친척 관계라는 것도 확인했다. 의료진은 아기가 병원을 떠나는 날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고모부 칼릴 알사와디는 “아기는 이제 내 아이들과 다름없는 내 자식”이라며 “아기의 숨진 아빠와 엄마, 형제자매를 떠올리게 해 오히려 애틋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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