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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보험·카드 이어 증권사…이자·배당·성과급 ‘다잡는’ 정부

중앙일보

입력

금융당국이 은행·보험·카드사에 이어 증권사의 성과급 체계를 점검한다. 금융사의 이자(금리), 배당뿐만 아니라 내부 보상 시스템까지 집중해서 들여다본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증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임직원 등의 성과 보상의 적정성에 대한 점검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증권사 부동산 PF 대출의 부실이 이어지자 정부는 채권시장안정펀드와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 프로그램 등을 지원했다. 지난해 일부 증권사의 도산 위험까지 제기됐는데, 이 와중에 부적절한 성과급을 챙긴 증권사 임직원이 있을 수 있다는 게 금감원의 문제의식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

금융당국 관계자는 “증권사 부동산 PF 관련 임직원을 대상으로 이미 지급된 성과급을 환수하는 ‘클로백(claw back)’ 제도 등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등을 파악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높은 증권사는 향후 부동산 시장 상황과 위험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 후 성과 보수를 합리적으로 산정·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한 메리츠증권 등 일부 증권사에서 성과급을 지급할 전망이지만, 증권사들이 당국의 압박 속에서 규모를 키우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달 성과급 지급을 결정한 일부 회사는 규모를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증권업계의 성과 배분에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주요 증권사는 영업이익이 줄어 다른 금융권처럼 많은 성과급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금융당국과 증권업계 간에 온도 차이가 크다"라고 하소연했다.

당국은 증권사뿐만 아니라 은행권의 금리·배당·퇴직금, 보험·카드사의 성과급 등에 대해서도 압박 강도를 높여가는 중이다. 일부 보험사 등이 지난해 호실적을 근거로 연봉의 30~40% 수준의 성과급을 책정하고 배당을 늘렸는데, 금감원은 이게 회사 이익과 비교해 적정한 것인지 살피기로 했다. 금융위는 앞서 은행과 금융지주사에 대해서는 배당을 늘리기보다 특별대손준비금 등 손실 흡수 능력과 재정 건전성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이처럼 최근 금융당국은 금융권 전반의 의사결정을 다잡고 있다. 당국의 중점 사안은 특히 여론의 관심이 높은 성과급 지급 체계가 될 전망이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금융사 일반 직원의 성과급까지는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임원의 성과급 체계를 점검해 회사 내부에 파급될 수 있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사 경영진의 보수 결정 과정에 주주가 참여할 수 있도록 미국·영국 등에서 시행 중인 ‘세이 온 페이(say on pay)’ 제도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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