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물방울' 만든 神 한국왔다…도토리묵 어울리는 슈퍼 투스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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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최초의 로버트 파커(RP) 평가 100점, 신데렐라 와인, 신의 물방울 와인….”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에 있는 작은 와이너리 ‘뚜아 리따’가 한 해 1만8000병 정도만 만드는 ‘레디 가피’에 대한 평가는 이렇게 후하다. 첫 와인을 생산한 게 1992년이니 비교적 신생 와이너리가 이룬 쾌거다.

뚜아 리따는 리따 뚜아와 남편 비질리오 비스티 부부가 은퇴 후 1984년 설립한 와이너리다.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주 해안, 수베레토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메를로 품종 100%의 2000년산 ‘레디 가피’에 대해 ‘꿈의 와인’이라고 찬사와 함께, 이탈리아 와인 사상 처음으로 100점 만점을 줬다.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한, 신데렐라 와인의 탄생이다.

이탈리아의 자존심, 슈퍼 투스칸

이탈리아 와인의 고급 이미지를 만든 곳은 뚜아 리따가 위치한 토스카나 지역이다. 일명 ‘슈퍼 투스칸(Super Toscana)’으로 불리는 이 와인들은 메를로·까바르네 소비뇽 등 프랑스 보르도 스타일의 품종을 섞고, 새로운 제조 기법을 도입하는 등 전통보다 품질에 승부를 건다는 특징이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고급 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슈퍼 투스칸 와인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레디 가피는 ‘21세기 최고의 슈퍼 투스칸’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일본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에서 이탈리아 와인 애호가인 등장인물 초스케가 레디 가피를 최고의 이탈리아 와인으로 꼽기도 했다.

뚜아 리따 와이너리 지오반니 프라스콜라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뚜아 리따 와이너리 지오반니 프라스콜라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뚜아 리따의 3대손이자, 현재 이탈리아에서 가장 젊은 와인 양조팀을 이끄는 지오반니 프라스콜라(25)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명동에서 만난 그는 “점심 메뉴였던 도토리 묵·미나리 전 등 한국 음식이 토스카나 와인과 아주 잘 어울렸다”며 “코로나19 이후 첫 월드투어 장소로 가장 잠재력이 큰 한국을 찾았다”고 인사했다. 프라스콜라는 현재 아버지 스테파노 프라스콜라와 와이너리를 공동 소유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비교적 늦게 시장에 진입해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비결은?
토스카나 고급 와인의 공식과 같다. 전통보다 혁신을 중시하는 것이다. 1990년대 당시,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와인 제조 방식을 들여왔다. 우선 1헥타르(1만㎡·약 3300평)에 포도나무 1000그루를 빽빽하게 심고 당시 흔치 않은 가지치기와 솎아 내기를 시도했다. 빽빽한 포도들은 서로 간섭을 받으면서 자라 과육을 더 달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페라리 다섯 대 값(약 10억원)을 주고 보바드(bobard)의 트랙터도 들어왔다. 당시 33㎡(약 10평)도 안 되는 작은 와인 창고를 가지고 있었던 우리에겐 아주 과감한 투자였다.  
기술만으로는 이렇게 성공하기 어려웠을 텐데.  
뚜아 리따가 위치한 수베르토는 와인 생산을 위한 천혜의 땅이다. 토스카나 지역에서도 해안가에 위치하는데, 화산이 폭발하면서 생겨난 지역이다. 광물질이 풍부한 화산토에, 해안 바람이 불어오는 기후가 만났다. 또 여름이 무척 뜨거워서 온도 차가 포도 맛을 깊게 만든다.
1990년대 당시 선진 와인 생산지였던 프랑스 보르도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것. 작은 와이너리의 성공 비결이다. 사진 뚜아 리따

1990년대 당시 선진 와인 생산지였던 프랑스 보르도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것. 작은 와이너리의 성공 비결이다. 사진 뚜아 리따

포도 수확량을 엄격히 제한한다고.  
가장 중요한 것은 포도 선택이다. 포도를 수확할 때 한 그루에 달린 포도를 한 번에 따지 않는다. 10일간 수확을 한다면 첫 이틀은 포도나무의 가장자리 부분의 포도만 딴다. 다음 이틀은 더 안쪽의 포도를 따고, 포도나무 가장 안쪽에 있는 포도는 다섯 번째, 마지막 수확 때 딴다. 이때 가장 중심의 포도 한두 개가 고가 라인에 쓰인다. 땅의 에너지를 가장 많이 흡수한 포도다. 이 포도도 테이블 위에 펼쳐놓고 가장 좋은 알갱이만 골라 쓴다. 고가 라인은 한 해 4만5000병만 만든다.  
이탈리아 최고 와인 중 하나로 손꼽히는 레디 가피. 한 해 1만8000병 정도만 생산한다. 사진 뚜아 리따

이탈리아 최고 와인 중 하나로 손꼽히는 레디 가피. 한 해 1만8000병 정도만 생산한다. 사진 뚜아 리따

뚜아 리따는 현재 5가지의 레드 와인과 2가지의 화이트 와인, 2가지의 그라파(브랜디)를 생산하고 있다. 전체 생산량이 10만 병을 넘지 않는 제한된 수량의 와인을 만들고 있다.

가업을 이어받았다. 
아버지는 해군, 어머니는 변호사였는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2011년부터 와이너리를 맡았다.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를 따라 늘 포도밭에 있었기 때문에, 가족의 유산을 이어 가야 한다고 결심했다. 와이너리는 나에게 집이자, 열정이고, 또한 사명이다.  
가장 젊은 와인 양조팀이라고.  
뚜아 리따 말고도 포지오 아르젠이라는 자매 양조장도 운영하는데, 이곳의 와인 양조팀의 평균 나이가 25세다. 뚜아 리따 역시 수석 양조사가 42세로 젊다. 젊다는 것은 실험적 시도를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예를 들어 최근 오크통이 아니라 암포라(토기) 숙성을 하는 새로운 와인을 만들고 있다. 일반적으로 와인을 마실 때 느껴지는 오크향이 배제된 순수한 과실의 맛을 느낄 수 있어 기대가 크다.  
젊은 와인 양조가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탈리아 와인의 명성을 이어가는 데 책임감을 느낀다. 동시에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다. 이탈리아는 포도 품종이 다양하고, 지역적 차이도 있어서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탈리아 와인은 ‘고풍스럽다(old-fashioned)’가 아니라, ‘새롭다’는 인식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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