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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으로 천우희 갖고 논다…'바른청년' 임시완 섬뜩한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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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190여개국에 출시된 임시완, 천우희 주연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감독 김태준)는 평범한 회사원이 어느 저녁 귀갓길, 자신의 스마트폰을 분실한 뒤 일상 전체를 위협받는 공포상황을 그린다. 사진 넷플릭스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190여개국에 출시된 임시완, 천우희 주연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감독 김태준)는 평범한 회사원이 어느 저녁 귀갓길, 자신의 스마트폰을 분실한 뒤 일상 전체를 위협받는 공포상황을 그린다. 사진 넷플릭스

혼자만의 공간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내 모습을 누군가가 내 스마트폰 렌즈를 통해 실시간으로 지켜본다면 얼마나 소름 끼칠까. 게다가 메신저 채팅 내용, 금융 거래 내역, 이동하는 동선까지 모두 복제폰을 통해 감시당한다면….
1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감독 김태준)는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은 요즘 더 실감나는 범죄 스릴러다.
동명 일본 소설을 토대로 한 일본 영화에선 주인공이 남자친구가 잃어버린 휴대폰을 대신 찾아주려다 범행 타깃이 된 것과 달리, 한국판은 30대 회사원 나미(천우희)가 자신의 휴대폰을 버스에서 떨어트린 후 일상이 붕괴되기 시작한다.
일본판은 휴대폰을 줍는 범인의 성별, 나이 모두 극 후반까지 감춘 것과 달리, 한국판은 범인(임시완)이 버스에서 나미의 휴대폰을 줍는 순간부터 그와 피해자인 나미의 상황을 대놓고 교차하며 보여준다.
범인에 관한 퍼즐을 짜맞추는 추리의 재미는 줄어든 대신 주연 배우들의 연기 대결이 볼거리다. 특히 임시완의 악역이 소름끼친다. 그가 비행기 테러범이 된 영화 ‘비상선언’(2022), 고시원의 미쳐가는 작가 지망생이 된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2019, OCN)와는 결이 다른 악역이다.

17일 넷플릭스 출시 영화 #'스마트폰을…' 주연 임시완 #'비상선언' 잇는 섬뜩 악역 #폰 이용해 일상 붕괴 현실 공포

"피해자 머리 꼭대기서 장난치듯 악역 연기" 

그는 나미의 휴대폰에 스파이웨어 프로그램을 깔아 폰 렌즈를 감시카메라처럼 쓰며 계획적으로 나미에게 접근한다. 시종일관 장난스러운 태도다. 그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메신저를 도용해 나미의 주변 인간관계를 끊고 고립시키는 과정에선 조금의 죄책감도 찾아볼 수 없다. 마치 만취 상태로 ‘셀카’를 찍고 친한 친구‧위치 정보까지 표시해 SNS에 올리는 보통 사람들의 경계심 없는 행태가 애초에 잘못이라는 듯한 태도다.
지난 15일 제작보고회에서 임시완은 “공교롭게도 ‘비상선언’과 공개 시기가 맞물렸지만, 실제 저는 (극중 인물들과) 전혀 비슷하지 않다”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상대방의 마음, 정보, 모든 걸 다 알고 머리 꼭대기에서 노는 것처럼 하면 더 섬뜩함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바른생활 청년 임시완의 다크한 반전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에서 임시완이 연기한 범인(뒤쪽)은 자신이 주운 폰 주인 나미(천우희)를 가짜 목소리 통화로 휴대폰 수리점으로 유인한다. 영화를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1년 촬영해 마스크를 쓴 팬데믹 시기 풍경을 그대로 담았다.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에서 임시완이 연기한 범인(뒤쪽)은 자신이 주운 폰 주인 나미(천우희)를 가짜 목소리 통화로 휴대폰 수리점으로 유인한다. 영화를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1년 촬영해 마스크를 쓴 팬데믹 시기 풍경을 그대로 담았다. 사진 넷플릭스

아이돌 그룹 ‘제국의 아이들’ 출신으로 반듯하고 올곧은 청년 캐릭터를 도맡아온 임시완이다. 출연작 중에도 선한 역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연기 데뷔작인 사극 ‘해를 품은 달’(MBC·이하 해품달)에선 열일곱에 장원급제해 성품까지 훌륭한 허염의 아역을 했다. 남녀노소 마음을 사로잡는 허염의 매력은 당시 노골적인 후광 CG(컴퓨터그래픽)로 표현되기도 했는데, 그에 아랑곳없이 단정함을 유지하는 허염의 포커페이스도 화제가 됐다.
천만영화 ‘변호인’(2013)의 국밥집 아들 진우는 군부독재 정권의 모진 고문 속에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는 대학생이었고, 드라마 ‘미생’(2014, tvN)의 인턴사원 장그래는 어렸을 때부터 둬온 바둑처럼 회사 생활도 정석으로 익혀나가는, 요즘 보기 드문 바른 생활 청년이었다. ‘스마트폰을…’의 범인도 “최대한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 같지 않게 표현하려 했다”는 임시완의 의도가 무리 없이 통한 까닭이다.
그렇기에 그가 선한 얼굴 뒤에 감췄던 서늘함을 칼처럼 빼든 반전 역할들은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임시완을 연기파 배우로 다시 보게 만들었다.
임시완 자신도 “악역을 할 땐 착한 역할보다 자유롭게 선을 넘나드는 쾌감이 있었다”고 한다. 애초 ‘스마트폰…’도 형사 역으로 출연한 배우 김희원이 ‘비상선언’ 촬영 전 임시완에게 출연을 제안하며 성사된 것이다.
임시완은 첫 악역 시기도 빨랐다. ‘해품달’과 같은 해 방영된 드라마 ‘적도의 남자’(KBS)에서 출세를 위해 친구에게 각목을 휘두르며 눈을 희번덕이는 살인 장면을 연기했다.

'비상선언' 루시퍼 테러범, '타인은…' 자아분열

지난해 칸영화제 초청 당시 공개된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에서 테러범으로 나온 임시완의 모습. [사진 쇼박스]

지난해 칸영화제 초청 당시 공개된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에서 테러범으로 나온 임시완의 모습. [사진 쇼박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다크 임시완’ 3부작의 첫 작품으로 꼽을 만한 게 ‘타인은 지옥이다’다. 가난한 작가 지망생 윤종우가 살인마들의 소굴인 고시원에서 그들에게 가스라이팅되며 자아 분열하는 과정을 섬세한 눈빛 변화로 표현해냈다.
이어 ‘비상선언’에선 자신을 차별해온 세상에 분통을 터뜨리듯 자살 테러를 감행하는 유학파 엘리트가 됐다. 임시완의 해석에 따르면 “오염된 세상을 신성하게 정화하는 것”이라며 테러를 정당화하는 인물이다.
영화에서 비행 중이던 기체가 중심을 잃고 뒤집힐 때 눈을 부릅뜬 채 역광을 받으며 붕 뜨는 테러범의 모습은 타락천사 루시퍼 같은 인상까지 준다. 임시완이 캐릭터에 맞춰 세공해낸 표정이다.

영화 같은 드라마를 표방한 OCN 새 시리즈 '타인은 지옥이다'에서 임시완은 새로 이사한 고시원에서 기이한 사람들을 겪게 되는 주인공을 연기했다. [사진 OCN]

영화 같은 드라마를 표방한 OCN 새 시리즈 '타인은 지옥이다'에서 임시완은 새로 이사한 고시원에서 기이한 사람들을 겪게 되는 주인공을 연기했다. [사진 OCN]

‘스마트폰을…’에서 그는 뚜렷한 동기도 없이 휴대폰 해킹을 통해 사람을 죽이는 범죄자를 광기 어린 예술가, 전리품 수집광 같은 모습으로 그려낸다. 중반부 이후 그가 형사들과 맞닥뜨리는 장면에선 수사의 개연성이 흔들리는 순간도 있는데, 이를 임시완이 긴장감 있는 연기로 메꿔낸다.
범인의 잔혹함을 드러내야 할 때마다 오히려 “수집하는 설렘, 전리품을 더 모으고 싶다는 욕심을 흐뭇한 감정, 긍정적이고 밝은 정서에 집중해 표현했다”는 그의 전략이 맞아 떨어졌다.

"190여개국 동시 공개 넷플릭스 작품 처음, 기대되죠"

목소리를 통한 캐릭터 변주를 해보고 싶어서 따로 발성법을 배우기도 했다는 그다. 연기에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복싱·마라톤도 꾸준히 해왔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 ‘비상선언’이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지만, 전세계 동시 출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에 출연한 건 ‘스마트폰을…’이 처음이다.
“190여개국에서 다 볼 가능성이 있잖아요. 걱정보다 기대감이 큽니다.” 세계 무대를 향한 첫 걸음을 뗀 임시완의 소감이다.

2021년 7월16일 오후(현지시간)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 팔레 데 페스티발 그랑 뤼미에르 극장에서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상영 종료 후 참석한 한재림 감독과 송강호, 이병헌, 임시완이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고 있다. 뉴스1

2021년 7월16일 오후(현지시간)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 팔레 데 페스티발 그랑 뤼미에르 극장에서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상영 종료 후 참석한 한재림 감독과 송강호, 이병헌, 임시완이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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