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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위신 떨어뜨려" 면전서 퍼부은 주호영, 이재명 반응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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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온갖 의혹에 대한 정당한 수사를 ‘정치탄압’이라고 우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내로남불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죄를 지으면 대통령도 구속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 정문을 나서는 순간 수갑을 채워서 구치소로 보내자’고 했다”고 했다. 이어 “이 대표가 여러 가지 부정부패 혐의를 받는 것으로 민주당뿐만 아니라 국회 전체의 위신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며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약했던 이 대표가 이를 지킬지도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주 원내대표는 550자로 구성된 ‘국회의원 윤리강령’을 한 글자씩 읽어내려가며 이 대표를 압박했다. 검찰이 이번 주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는 가운데 체포동의안 표결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주 원내대표가 비판 수위를 한층 높인 모습이다.

주 원내대표는 2017년 2월과 9월 바른정당 원내대표, 2020년 7월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2020년 9월과 2021년 2월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앞서 다섯 차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국민의힘이 여당이 된 뒤 연설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자신의 여섯번째 교섭단체 연설에서 “문재인 정권 5년 전체가 내로남불의 역사”라며 전 정부를 작심한 듯 비판했다. ‘5대 내로남불(인사·재정·적폐청산·입법·민주주의)’ 사례를 조목조목 들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뒤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뒤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야당 동의 없이 임명한 장관급 이상 인사가 무려 34명으로 역대 최다였다”며 “문 전 대통령은 전례 없는 포퓰리즘 확대재정정책을 임기 내내 지속해 국가부채 1000조원 시대를 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경수 전 의원과 드루킹 일당의 대규모 여론조작이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도왔다”며 “민주주의의 꽃을 이렇게 짓밟고도 어떻게 ‘민주’라는 말을 입에 올릴 수 있느냐”고 몰아세웠다.

주 원내대표는 또 “문재인 정권은 촛불 민주주의와 공정을 표방하며 집권했지만 민주주의, 공정과 거리가 멀었다”며 “조국 사태는 문재인 정권의 모든 국정철학이 허위와 기만임을 남김없이 드러냈다”라고도 지적했다.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있다. 장진영 기자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어 “민주당은 압도적인 다수 의석을 차지하자마자 합의제의 핵심요소인 안건조정위원회, 무제한 토론을 무력화하며 의회 민주주의를 형해화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다만 주 원내대표는 여야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20여년 전 어느 대기업 회장이 ‘한국 정치는 4류’라고 해서 큰 파문이 일었는데 지금 우리 정치가 여전히 4류임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진영정치와 팬덤정치의 위협에 맞서 합의정치의 기반을 확대하고 국민통합의 중심이라는 원래의 위치를 회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여야가 함께 추진해야 할 사안으로 ▶탄소중립 ▶저출산 해소 ▶연금·노동·교육 개혁 등을 내세웠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주 원내대표가 44분간 연설하는 동안 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석에 앉아 서로 고성을 지르며 거세게 부닥쳤다. 민주당 의원들은 주 원내대표가 이 대표 관련 문제를 언급하자 “물증 있어요?”라고 외쳤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용히 하세요” “들어보세요”라고 맞받아쳤다. 주 원내대표는 연설 도중 민주당을 향해 “오늘은 좀 거슬리더라도 들어봐 달라”고 요청하고, 국민의힘 의원에게는 “박수치지 마세요”라며 자제를 요청했다.

이 대표는 주 원내대표의 연설 도중 자리를 뜨지 않고 묵묵히 발언을 들었다. 그는 이날 오후 자신의 유튜브 채널 라이브에서 “남 탓만 하고 있더라”며 “뭘 잘해서 국민에게 지지를 받겠다는 생각을 포기한 것 같았다”고 지적했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주 원내대표의 연설은 한마디로 자가당착이자 유체이탈”이라며 “집권여당의 비전이나 책임감은 찾아볼 수 없고 위기의 책임을 전임 정부와 야당에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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