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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와집 15채 값이었다…할머니가 1원에 판 '참기름병' 정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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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문화재연구원이 백자 청화철채동채초충문 병을 비롯해 국보·보물로 지정된 문화유산 13건을 조사한 내용 등을 정리한 '유물과 마주하다 - 내가 만난 국보·보물'을 발간했다고 13일 밝혔다. 연합뉴스

국립문화재연구원이 백자 청화철채동채초충문 병을 비롯해 국보·보물로 지정된 문화유산 13건을 조사한 내용 등을 정리한 '유물과 마주하다 - 내가 만난 국보·보물'을 발간했다고 13일 밝혔다. 연합뉴스

국립문화재연구원은 백자 청화철채동채초충문 병을 비롯해 국보·보물로 지정된 문화유산 13건을 조사한 내용 등을 정리한 '유물과 마주하다 - 내가 만난 국보·보물'을 발간했다고 13일 밝혔다.

책자는 미술문화재연구실 연구자들이 각 유물에 대해 숨겨진 일화나 조사 소회 등을 담았다.

그중 1920년대 한 할머니가 발견해 참기름병으로 쓴 골동품이 훗날 우리나라의 국보로 지정된 일화가 소개됐다.

책 내용에 따르면 1920년대 경기도 팔당 인근에 살던 한 할머니가 나물을 캐다가 흰색 병을 발견했다. 목이 길어 참기름을 담기에 좋을 만한 병이었다.

할머니는 필요할 때마다 그곳에서 병들을 주워 참기름병으로 사용했는데, 그 병을 발견한 장소가 바로 조선시대에 왕실용 자기를 생산했던 사옹원 분원 가마터였다.

할머니는 직접 짠 참기름을 야산에서 주워온 병에 담아 상인에게 1원을 받고 팔았다.

당시 경성(지금의 서울)에 살던 일본인 골동품상은 이 병이 조선백자임을 알아보았다.

국보 '백자 청화철채동채초충문 병'. 연합뉴스

국보 '백자 청화철채동채초충문 병'. 연합뉴스

그는 다른 골동품상에게 이를 60원에 팔았고, 이후 여러 수집가를 거치다 1936년 열린 경매에서 1만4580원에 낙찰됐다.

이는 당시 돈으로 기와집 15채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이자, 조선백자로서도 역대 최고가였다.

이 '참기름병'을 손에 넣은 사람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미술관인 보화각(오늘날 간송미술관)을 세운 간송 전형필(1906∼1962)이었다.

훗날 정해진 명칭은 '백자 청화철채동채초충문 병'으로, 1997년 우리나라 국보로 지정됐다.

이외에도 책자에는 6·25 전쟁 당시 목숨을 건 피난길에서 조상의 초상화를 챙기느라 고군분투한 후손의 노력, 딸이나 아들 혹은 처가나 외가를 구분하지 않은 재산 상속 이야기 등이 담겼다.

책자는 문화유산 조사와 보존·관리에 도움을 준 개인 소장가, 문중, 사찰, 전국 국·공·사립 도서관과 박물관 등에 배포할 예정이며, 연구원 문화유산연구지식포털에도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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