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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가 해외서 생고생…보는 시청자는 재밌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요즘 여행 예능에선 스타들이 생고생하며 미션을 수행한다(티빙 ‘두발로 티켓팅).

요즘 여행 예능에선 스타들이 생고생하며 미션을 수행한다(티빙 ‘두발로 티켓팅).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막혔던 세계 각국의 빗장이 풀리면서 ‘여행 예능’ 열풍도 되살아나고 있다. 팬데믹 이전에도 여행은 예능의 단골 소재였지만, 요즘 트렌드는 과거와 사뭇 다르다. 즐겁게 놀고 먹고 구경하는 여행 대신 고생하고 좌충우돌하는, 여행의 현실적인 측면을 좀 더 부각하는 추세다. 멋진 풍경과 유용한 정보보다는 출연자들 간의 관계성과 체력적·감정적 변화 묘사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과거 여행 예능들이 유명 관광지를 방문하는 경험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tvN ‘꽃보다 할배’ 시리즈), 여행 꿀팁을 알려주는 형식(KBS2 ‘배틀트립’)을 주로 택했다면, 팬데믹 이후 예능들은 정반대 길을 택한 셈이다.

지난달 20일 첫 공개된 티빙 ‘두발로 티켓팅’은 제목 그대로 연예인 출연진들이 ‘두발로’ 고생해 미션을 수행하면, 여행이 고픈 청춘들에게 비행기 표가 주어지는 예능이다. 예능 고정 출연이 처음인 충무로 스타 배우 하정우·주지훈을 필두로 여진구, 샤이니 민호가 함께 뉴질랜드 남섬을 횡단하며 ‘자전거 44㎞ 타기’ ‘12만보 걷기’ ‘빙하 호수 입수하기’ 등의 미션에 도전한다.

미션 수행 과정은 순탄치 않다. 하정우는 자전거 여행 출발부터 “헬멧이 작다”며 머리에 쥐를 호소, 10㎞ 지점에서 라이딩을 포기한다. 팬들 사이 별명이 ‘불꽃 카리스마’인 민호도 라이딩 도중 일명 ‘봉크’(운동 중 에너지가 소진된 상태) 증세를 보이며 주저앉고, 차가운 빙하 호수 입수 미션 앞에서는 다들 발만 담갔다 줄행랑치기 바쁘다.

지난달 22일 첫 방송을 한 KBS2 ‘걸어서 환장 속으로’와 지난달 시즌1 종영 후 시즌2 방영까지 확정지은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이하 ‘태계일주’)도 화려하고 잘 짜인 여행 대신, 고생과 갈등으로 가득한 사실적인 여행기를 보여주는 프로그램들이다.

티격태격 다투는 스타 가족의 현실적인 여행기를 보여준다(KBS2 ‘걸어서 환장 속으로’).

티격태격 다투는 스타 가족의 현실적인 여행기를 보여준다(KBS2 ‘걸어서 환장 속으로’).

‘걸어서 환장 속으로’는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스타 가족들의 해외 여행기를 담아낸다. KBS1의 정통 여행 프로 ‘걸어서 세계 속으로’를 비튼 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듯, “환장하겠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여정이다. 유방암 투병 중인 배우 서정희가 어머니·딸과 함께 대만으로 떠난 3대 모녀의 여행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옷을 갈아입으려는 서정희의 고집 때문에 시작부터 삐거덕대는 식이다.

배우 김승현 가족의 프랑스 여행도 파리의 아름다운 풍광보다 며느리 장정윤의 고군분투, 시부모가 서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에 더 방점이 찍힌다. 여느 가족이나 여행 중 겪을 법한 갈등이 웃음과 짜증, 공감을 함께 자아낸다.

‘무계획’ 현지 밀착 여행을 한다(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무계획’ 현지 밀착 여행을 한다(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웹툰 작가 기안84(김희민)가 배우 이시언,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과 함께 남미를 유랑하는 ‘태계일주’ 역시 무계획 여행기를 담은 덕에 흥한 사례다. 지난해 12월 첫 방송부터 시청률 4.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 같은 시간대 장기집권 예능인 SBS ‘런닝맨’(3.9%)을 제치며 화제를 모았다. 촬영 중 제작진의 개입을 최소화한 탓에 세 여행자는 고산병에 시달리고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기 일쑤지만, 이런 모습에 되레 “무계획이라 오히려 힐링된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친근함’이 포인트인 만큼 출연진에도 젊은 세대에게 친숙한 유튜버들이 포함되는 경우가 늘어났다. 153만 구독자를 거느린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은 ‘태계일주’에 이어 스타 PD 김태호의 새 예능 ‘지구마불 세계여행’(23일 첫 공개)에도 출연한다.

여행 유튜버들이 주사위로 행선지를 정해 떠난다(ENA ‘지구마불 세계여행’).

여행 유튜버들이 주사위로 행선지를 정해 떠난다(ENA ‘지구마불 세계여행’).

MBC 퇴사 후 제작사 테오(TEO)를 차린 김 PD는 ‘3대 여행 유튜버’로 꼽히는 빠니보틀·곽튜브·원지를 모아, 오직 주사위 던지기로 행선지를 정하는 예측불가 여행 예능을 만들었다.

부산 출신 4인방이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는 tvN ‘니가 가라 시드니’(가제, 상반기 방영 예정)에도 배우 허성태 등과 함께 구독자 137만명의 유튜버 곽튜브가 함께한다.

이처럼 시청자와 거리감을 좁히려는 여행 예능이 잇따르는 건, 사람들이 여행 정보를 얻고 여행하는 방식 자체가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일상과 비슷한 여행보다 낯설고 과감한 시도를 하는 여행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는 조사 결과가 많았다. 이런 심리를 제작진들이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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