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사키, 그때 한일전 기억하지?”…소형준이 WBC 기다리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KT 소형준. 사진 KT 위즈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KT 소형준. 사진 KT 위즈

2019년 9월 국내에서 열린 제29회 18세 이하(U-18)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는 한 영건 파이어볼러의 등장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바로 일본야구가 자랑하는 오른손 투수 사사키 로키(22·지바 롯데)였다.

사사키는 어린 시절부터 시속 160㎞ 가까운 빠른 공을 던지며 주목받았다. 이어 오후나토고 3학년 때 출전한 이 대회를 통해 국제무대로 데뷔했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한·일전이었다. 풍문으로만 전해지던 초고교급 강속구를 보기 위해 국내 야구계 관계자들은 물론 상당수의 일본프로야구(NPB)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부산 기장현대차드림볼파크로 집결했다. 또, 일본에선 100명 안팎의 취재진이 몰려와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사사키가 아니었다. 사사키는 부상 여파로 1이닝만 던진 채 내려간 반면, 한국 선봉장으로 나온 유신고 3학년 오른손 투수 소형준(22·KT 위즈)은 6과 3분의 2이닝 동안 7피안타 8탈삼진 2실점 호투하면서 5-4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처음 맞대결을 치렀던 한국과 일본의 두 영건이 더 큰 무대에서 재회한다. 다음 달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나란히 양국 국가대표로 뽑히면서 두 번째 자존심 싸움을 앞두고 있다.

KT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14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키노스포츠콤플렉스에서 만난 소형준은 “그때가 벌써 4년 전이다”며 멋쩍게 웃고는 “그 대회 이후 사사키를 보지 못했지만, 영상을 통해 계속 투구를 지켜봤다. WBC에서 다시 만나면 반가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바 롯데 사사키 로키(왼쪽)가 지난해 4월 10일 오릭스 버팔로스전에서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바 롯데 사사키 로키(왼쪽)가 지난해 4월 10일 오릭스 버팔로스전에서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1년생 동갑내기인 둘은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이듬해인 2020년 나란히 프로로 뛰어들었다. 먼저 두각을 나타낸 이는 소형준이었다. 2020년 데뷔와 함께 13승을 챙기면서 신인왕을 차지했다. 또, 2021년에도 선발 마운드를 지키며 KT의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이와 달리 사사키는 1군 데뷔가 소형준보다는 조금 늦었다. 몸 상태가 만들어지지 않아 2021년에야 처음 NPB 마운드를 밟았다. 그러나 이후 보여준 잠재력만큼은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4월 10일 오릭스 버팔로스전에서 선발투수로 나와 9이닝 동안 안타와 4사구를 단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대신 삼진을 19개나 뽑아내며 무실점 역투해 NPB 최연소 퍼펙트게임을 달성했다.

소형준은 “4년 전이 생생히 기억난다. 사사키는 마른 체구에도 최고 163㎞의 강속구를 뿌렸다”면서 “그래도 한·일전에선 내가 웃었다. 6회초까지 1점도 내주지 않았다. 비록 7회 2실점해서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그래도 일본을 이겼다는 점만으로도 정말 기뻤다”고 미소를 지었다.

4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한·일전 승리의 주역은 여전히 사사키를 잊지 못하는 눈치였다. 소형준은 “이후에도 사사키의 영상을 종종 찾아본다. 이유는 하나, 신기해서다. 어떻게 저런 빠른 볼을 던지는지 궁금해서 보게 된다. 물론 같은 투수로서 도움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퍼펙트게임 경기도 당연히 봤다. 정말 볼이 살벌하더라. 참 대단한 투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KT 소형준. 사진 KT 위즈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KT 소형준. 사진 KT 위즈

사사키와의 재대결을 앞둔 소형준은 성공적인 WBC 데뷔를 위해 일찌감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달 고영표(32·KT), 원태인(23·삼성 라이온즈)과 함께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개인 운동을 소화했고, 최근 KT 스프링캠프로 건너와 훈련 강도를 높였다. 또, 15일부터는 국가대표 선수단과 함께 WBC 준비를 시작한다.

소형준은 “생각보다 컨디션이 빨리 올라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계획대로 투구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곧 대표팀 연습경기도 있는 만큼 실전을 통해 몸 상태를 확실하게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프로 데뷔 후 태극마크 발탁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험은 많지 않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한·일전과 같은 국가대표 대항전은 수차례 출전해 누구보다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소형준은 “대표팀 소집이 다가오니까 이제야 실감이 난다.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한다”면서 “누구와 싸우겠다는 생각보다는 일본을 이기고, 또 WBC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는 마음가짐으로 뛰겠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