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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찰풍선 미·중 갈등에도…애플·벤츠·화이자 CEO 잇따라 중국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9월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본사에서 열린 아이폰14 공개 행사에서 아이폰14를 들어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9월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본사에서 열린 아이폰14 공개 행사에서 아이폰14를 들어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4일 미국의 중국 정찰 풍선 격추로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에도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에서 사업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를 위해 폴크스바겐을 시작으로 애플과 화이자, 메르세데스-벤츠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잇따라 중국을 방문할 채비를 하고 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접고 경제 회복에 시동을 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러브콜에 이들 기업이 호응하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팀 쿡 애플 CEO와 앨버트 불라 화이자 CEO가 3월 말 열릴 중국 정부 후원의 연례 글로벌 경제 회의 ‘중국 개발 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라며 “메르세데스-벤츠 측에 따르면 올라 켈레니우스 CEO도 이 포럼에 참석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미 올리버 블루메 폴크스바겐 CEO는 지난 1월 말부터 이달초까지 5일간 중국을 찾았다. 블루메 CEO는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 후 가장 먼저 중국을 방문한 다국적 기업 CEO 중 한 명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지난해 11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동행한 이후 불과 두 달여 만에 중국을 다시 찾았다. 블루메 CEO는 중국에 머물면서 합작 투자 파트너, 정부 관리, 현지 직원을 만났다.

올리버 블루메 폴크스바겐 최고경영자(왼쪽에서 3번째)가 지난달 31일 중국 지린성 창춘의 중국 FAW 그룹 공장을 방문해 자동차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중국 신화망 캡처

올리버 블루메 폴크스바겐 최고경영자(왼쪽에서 3번째)가 지난달 31일 중국 지린성 창춘의 중국 FAW 그룹 공장을 방문해 자동차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중국 신화망 캡처

그의 방문은 폴크스바겐에 가장 큰 단일 시장인 중국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목적이다. 현재 폴크스바겐은 현지 자동차 제조사와의 치열한 경쟁으로 지난 3년 동안 시장점유율이 5분의 1로 떨어졌다.

랄프 브란트슈타터 폴크스바겐 중국법인장은 임직원들에 발송한 서한에서 “블루메 CEO의 방문은 이 지역 파트너들에게 중국 시장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매우 강력한 신호”라며 “신임 CEO가 중국에 빠르게 방문한 것에 대해 파트너들은 매우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기업 CEO들의 이 같은 중국행은 기업과 중국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현재 중국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3년 동안 펼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망가진 경제를 회복하는 것이다.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는 “중국의 경제 성장이 정상궤도에 오를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글로벌 기업의 투자를 촉구하기도 했다. WSJ는 “중국 정부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제에 대한 글로벌 기업의 신뢰를 회복하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CEO들의 방문에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방 기업 역시 중국 시장을 놓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정찰 풍선 사건으로 미ㆍ중간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정찰 풍선 사건으로 이달 초 예정됐던 중국 방문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WSJ은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음에도 서방 기업들은 중국에서 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며 “수십명의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진이 향후 몇달 동안 세계 최대 제조 허브이자 소비자 시장인 중국에서 열릴 비즈니스 콘퍼런스에 참석할 것”이라고 전했다.

팀 쿡 CEO 등이 참석하는 중국개발포럼 외에도 같은 달 하이난에선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이라 불리는 보아오아시아포럼(BFA)이 열린다. 4월엔 상하이 국제 자동차 전시회가 예정돼 있다. WSJ은 “일부 경영진은 현지 생산현장 방문 및 관리자와의 회의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지만, 또 다른 일부 임원들은 현지 비즈니스 파트너 또는 정부 관료를 만나길 원하고 있다”며 이 같은 비즈니스 콘퍼런스가 CEO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변수는 있다. 지난해 수십 년 만에 최저 수준인 3% 성장에 그친 중국 경제의 건전성을 우려하는 시선이 없지 않다. 미국의 대중국 정책 등 경영에 어려움을 가중하는 불확실성에 대한 걱정도 여전하다. 이로 인해 중국으로 출장을 떠나는 글로벌 기업인 규모는 아직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에는 못 미친다.  마이클 하트 중국 주재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기업인들은 정치적 바람(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어느 쪽으로 부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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