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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폰’ 대신 ‘아이스’라면 어떡하나”…압수수색 영장 법-검 갈등 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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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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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 영장 대면 심리’ 제도를 도입하려는 법원의 계획에 검찰이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최근 새 제도와 관련한 의견조회 요청서를 대검찰청에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올 6월 제도 시행을 앞두고 지난 6일 대검과 경찰 등에 의견을 달라는 내용의 요청서를 보냈다. 검찰은 그간 “법원이 아무 사전 협의도 없이 수십년간 이어 온 제도를 일방적으로 바꾸려고 한다”고 비판해 왔다.

검찰은 12일에도 ‘압수수색 영장 대면 심리’ 도입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특히 전자정보 압수수색 영장에 검색어를 제시하도록 하는 안에 대해 검찰은 “해외 입법례에서도 찾기 어려운 비현실적 개정안”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에선 이미 시행 중이라는 법원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대검에 따르면 2009년 만들어진 미국 법무부 매뉴얼에는 “탐색 방법에 대한 제한은 증거 발견에 심각한 제약을 가져온다”며 “키워드 검색으로 중요 증거를 발견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돼 있다.

국내 검사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온다. ‘마약통’으로 분류되는 홍완희 대구지검 강력범죄수사부장은 지난 9일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검색어를 기재하라’는 부분에선 수사 실무를 몰라도 이 정도로 모를 수 있나 생각이 든다”며 “마약사범 수사를 할 수 없게 만드는 규정”이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필로폰은 마약사범들 사이에서 보통 ‘아이스’라는 은어로 통용된다. ‘아이1스’‘아이☆스’‘ㅏㅣ스’, 심지어 ‘보약’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홍 부장은 법원의 형사소송규칙 개정안대로라면 이 같은 사례를 걸러낼 수 없다고 했다. 같은 논리로 검찰은 ‘대장동 사건’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사업지분을 정리한 핵심 문건 파일을 ‘골프 잘치기’라는 제목으로 저장한 사례를 들었다. 압수수색 전에 이 같은 키워드를 미리 상정해 영장을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검찰 간부는 “법원에선 2년 전에 위원회 등을 통해서 이번 개정안을 만들었다고 하던데, 거기에 실무자가 한 명도 없다”며 “검사와 수사관 등 실무자들이 참여하고 입법예고를 해야 하는데, 협의도 없이 형사사법 절차를 뒤흔들겠다고 하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2021년부터 논의한 사안을 검찰이 몰랐다고 주장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검찰이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시하고, 그것이 합리적이면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의 걱정이 너무 과한 측면도 있다”며 “압수수색 영장 대면 심리는 수사의 기밀성과 신속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제한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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