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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진기준은 비슷" 日 지진전문가들 말한 '팬케이크 붕괴' 원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으로 9일(현지시간) 기준 2만1000명이 넘는 인명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피해 규모를 키운 원인으로 일본의 지진 전문가들은 ‘팬케이크 붕괴’를 일으킨 부실 기둥 문제를 꼽았다. 지진을 견딜 수 없는 건물 기둥이 연쇄적으로 무너지면서 희생자 수를 키웠다는 설명이다.

튀르키예에서 지난 6일 발생한 고강도 지진으로 2만명이 넘는 희생자가 발생했다. AFP=연합뉴스

튀르키예에서 지난 6일 발생한 고강도 지진으로 2만명이 넘는 희생자가 발생했다. AFP=연합뉴스

1999년 튀르키예 이즈미트 대지진 당시 현장에서 지진 관측 연구를 진행했던 이오 요시히사(飯尾能久) 일본 교토대(京都大) 지진예지연구센터 교수는 10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지진이 막대한 피해를 낳은 원인으로 ‘내진성 없는 건물’을 첫손에 꼽았다. 그는 ‘팬케이크 크러쉬’(pancake crush) 현상으로 설명했는데, 팬케이크 붕괴(pancake collapse)로도 불린다.

이오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건물 구조는 크게 볼 때 바닥과 기둥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이번 지진에선 지진에 약한 기둥이 일제히 무너지면서 1층, 2층, 3층의 순으로 연쇄 붕괴가 일어나면서 마치 팬케이크처럼 건물이 납작해지는 붕괴가 일어났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는 팬케이크처럼 납작해진 바닥만 남게 돼 피해를 기하급수적으로 키웠다는 것이다.

그는 “기둥이 조금이라도, 예컨대 반이라도 남아있었다면 2층 기둥이 무너졌을 때 3층 바닥이 약간 비스듬하게라도 지탱할 수 있어 틈이 생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층 바닥과 3층 바닥이 맞붙을 정도로 각 층이 모두 무너지면서 피할 수 있는 틈이 사라지며 위험한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오 교수는 “과거 지진을 경험하면서 튀르키예 역시 신축 건물에 대해서는 내진 기준이 엄격해졌지만 오래 된 건물은 지진에 대한 저항력이 매우 낮은 상황”이라고 했다.

구스노키 도교대 교수도 ‘기둥’ 지적

지난 9일 오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주 안타키아에서 한국긴급구호대(KDRT)가 지진으로 인해 무너진 건물에서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9일 오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주 안타키아에서 한국긴급구호대(KDRT)가 지진으로 인해 무너진 건물에서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도쿄대(東京大) 지진연구소의 구스노키 고이치(楠浩一) 교수도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일본 NHK와의 인터뷰에서 팬케이크 붕괴라는 매우 위험한 현상이 발생하며 피해를 키웠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기둥이 순식간에 강도를 잃고 전물 전체가 한 번에 접히듯 무너져 내리는 현상이 몇몇 지역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는 “튀르키예 역시 지진이 잦아 현재 기준으로 보면 내진 기준은 일본과 다르지 않은 수준”이라며 “막대한 피해로 이어진 원인 등에 대해서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튀르키예 지진에서 여러 채의 집합 주택이 같은 방향으로 무너진 상황을 언급하며 “큰 흔들림이 한 방향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진의 규모가 워낙 커 일본의 내진 기준을 충족하는 건물이었을지라도 큰 피해가 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도 보탰다.

NHK에 따르면, 야마가타대(山形大) 시오미츠 마사시(汐満将史) 교수는 이번 튀르키예 대지진 때 진앙에서 남서쪽으로 약 60㎞ 떨어진 지역에서 진도 7(일본 기상청 분류 기준)에 달하는 격렬한 흔들림이 관측됐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이 정도의 규모 지진이 발생한 것은 64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1995년 한신 대지진, 1만8500명이 넘는 희생자가 발생했던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정도가 꼽힌다.

시오미츠 교수는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지진 주기가 1~2초 간격으로 관측됐다면서 일본의 중층 이하 건물이나 비교적 큰 구조물에서도 상당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의 건물이었어도 큰 피해가 발생할 수준(진도 6강~7)의 심한 흔들림이 발생했다는 것이 큰 피해로 연결됐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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