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압도적 물량에 주목하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미국 본토의 미사일 방어망을 무력화할 수 있는 규모라는 분석이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8일(현지시간) 북한 선전매체의 사진 등을 분석한 결과 열병식에 최신 ICBM 화성-17형 10∼12기가 한꺼번에 등장했다고 전했다. 화성-17형은 이론적으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이 보유한 ICBM 요격 시스템은 알래스카, 캘리포니아 등지에 총 44문이다.
폴리티코는 "ICBM 1기에 핵탄두 4발씩을 탑재할 수 있다고 본다면, 북한은 미국의 요격 미사일 보유 수를 넘어서는 만큼의 핵탄두를 발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ICBM을 대거 공개한 의도에 대해선 "(미국이) 수십 년 동안 추진한 비핵화·국토 안보 정책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며 "김정은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몇 번을 시도하든 미국은 북한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도 '핵 무장국'인 북한이 미사일 생산능력을 과시했다면서, 전문가 의견을 인용했다. 카네기 국제평화기금의 핵 정책 전문가인 앤킷 판다 선임연구원은 트위터에서 "지금까지 본 화성 17형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ICBM 발사대가 열병식에서 공개됐다"며 "모든 ICBM이 다탄두를 탑재한다면 현재 미군의 미사일 방어체계로는 방어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CNN방송은 열병식에 ICBM이 무더기로 공개된 데 대해 "전례 없는 과시"라며 "미국을 위협할 수 있을 만큼 북한을 핵무장 시키겠다는 김정은의 공언을 그대로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이날 김정은의 손을 잡고 열병식에 참석한 딸 김주애에 대해서도 집중 조명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김주애가 최근 공개석상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앞으로 김정은의 후계자가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CNN도 북한이 전날 연회에 이어 이날 열병식까지 김정은이 김주애를 부각시키고 있다며, 이는 김정은이 딸을 후계자로 키우고 있을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