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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한마디에 반도체 세액공제 늘린다지만…“여전히 미흡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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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이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통과 뒤인 지난해 12월 30일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19일 국회에 개정안을 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통과 뒤인 지난해 12월 30일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19일 국회에 개정안을 냈다. 연합뉴스

반도체 한파 속 정부와 정치권의 ‘미지근한 대응’은 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9일 중앙일보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국내 반도체 설비투자 세액공제 확대(대기업·중견기업 기준 최대 25%)를 가정해 법인세 감면액을 추산했더니 경쟁국보다 여전히 불리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인프라 확충이나 현금보조금 같은 인센티브도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달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대기업·중견기업 8→15%, 중소기업 16→25%로 늘리고, 올해 중에 직전 3개년 평균보다 많이 투자하는 경우 추가공제율을 10% 적용한다는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0일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자 ‘세수 감소’를 우려하던 정부가 입장을 바꾼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미국과 동일한 25% 공제율’이라고 강조하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전경련 분석에 따르면, 법안이 개정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예년 수준의 시설투자를 집행한다면 총 8조9000억원의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1년 재무제표를 토대로 시설투자액을 추산한 결과다. 이러면 두 회사는 이전 공제율과 비교해 각각 3조8000억원, 6000억원의 추가 혜택을 받는 것이다.〈그래픽 참조〉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난해 9월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 P3라인(제3공장)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평택=고석현 기자

지난해 9월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 P3라인(제3공장)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평택=고석현 기자

하지만 조금 더 들어가면 혜택은 전혀 달라진다. 미국은 당기투자분 전체에 대해 25% 공제를 적용한다. 한국은 당기투자분엔 15%(대기업·중견기업)를 적용하고, 직전 3개년 평균 대비 증가분에 대해 10%를 추가공제 해준다.

이 때문에 실제 혜택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무엇보다 ‘반도체 겨울’에 들어선 현 시점에서 투자를 늘릴 여력이 부족하다. SK하이닉스는 이미 “투자를 전년 대비 50% 이상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미래를 위해 투자 축소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지만, 시장에선 회의적으로 관측한다. 두 기업 모두 투자 증가분 10% 추가공제를 받지 못하면 결국 15% 공제에 그칠 것이란 의미다.

‘시설투자’ 인정 범위도 미국·대만에 미치지 못한다. 미국에선 ‘모든 사업용 유형자산’을, 대만에선 ‘모든 기계·장비’가 공제 대상이다. 이에 반해 한국은 ‘토지, 건물·구축물, 차량·운반구, 선박·항공기, 공·기구 및 비품’을 제외한다. 애초부터 인정 금액 자체가 적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똑같은 1조원을 투자하더라도 국내 기업의 감면액은 1905억원인 반면, 미국 기업은 2500억원에 이른다. 미국에 투자할 때 1조원당 595억원씩 세제 혜택이 더 많다는 얘기다.〈그래픽 참조〉

이상호 전경련 경제정책팀장은 “미국은 도로·전기·수도 등 인프라, 현금 보조금 등 무형 혜택도 제공한다”며 “대만도 연구기술(R&D) 투자에 대한 25% 세액공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한국 정부의 지원은) 이들과 격차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시장에서는 해외 반도체 기업도 한국에 투자하고 싶을 정도의 ‘당근’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기업들은 결국 투자 여건이 좋은 나라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일본은 TSMC를 유치하기 위해 투자금의 50%를 현금 보조금으로 지급했다. 해외에 있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한국행(行)을 검토할 정도로 투자 여건을 전폭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국내 반도체 업계가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기대 이하의 경영 실적)’를 맞았다. 업계에선 투자 여부 결정도 하지 못할 정도로 절박한 심정이라고 한다”며 “첨단 반도체 산업이 뒤쳐지지 않도록 국회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이라도 태워 신속하게 법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반도체다'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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