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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0억원 쏟아부은 지역 상품권 '온통대전'…가진 사람이 더 혜택봤다

중앙일보

입력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며 4700억원을 쏟아부은 지역 상품권 ‘온통대전’이 소상인 간 매출 격차와 지역 간 불균형을 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5월 14일 허태정 전 대전시장 등이 지역화폐인 온통대전 출시를 축하하고 있다. [사진 대전시]

2020년 5월 14일 허태정 전 대전시장 등이 지역화폐인 온통대전 출시를 축하하고 있다. [사진 대전시]

9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시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온통대전 예산으로 4701억원(국비 1896억원·시비 2805억원)을 투입했다. 사업 첫해인 2020년 775억원이던 예산은 2021년 2112억원, 2022년 1814원으로 크게 늘었다. 2022년에는 국비가 541억원으로 전년도 904원에서 크게 줄었지만, 대전시 부담은 1208억원에서 1273억원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2020년 5월 출시, 시비(市費) 2805억원 투입 

대전시는 2020년 5월 14일 온통대전 발행을 알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얼어붙은 지역경제를 살리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돕겠다는 취지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했다. 당시 지역 상품권 발행은 대전은 물론 전국에서 유행처럼 번졌다.

하지만 관계 기관 분석 결과 효과는 기대처럼 크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소상공인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과 대전지역 5개 구(區) 불균형도 심화했다. 온통대전을 사용 가맹점 매출 비중을 조사한 결과, 연 매출 5억원을 넘는 가맹점(매장) 수는 전체 20%였지만 결제 비중은 55%가 넘었다. 대형·인기 점포를 중심으로 온통대전이 사용됐다는 얘기다.

지난해 10월 20일 대전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장우 시장이 위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대전시]

지난해 10월 20일 대전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장우 시장이 위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대전시]

연간 매출이 10억~30억원인 매장은 비중이 5%(3357개)에 불과했지만, 이들 매장 사용 금액은 15%(1668만건), 30억원을 초과하는 매장 3971곳(6%) 결제 비중은 16%(1956만건)를 차지했다. 사용액을 기준으로 하면 매출 10억원 이상 매장(전체의 11%)에서 사용한 돈은 39%(8230억원)나 됐다.

원도심 결제비율 35% 불과…도입 취지 무색

온통대전 출시 당시 대전시가 강조했던 원도심 활성화는 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2년 1년간 5개 구(區)별 온통대전 사용 분포를 보면 서구와 유성구가 각각 34.4%(7382억원)와 29.2%(6270억원)로 전체 62.6%를 차지했다. 동구와 중구·대덕구 등 3개 구(區)는 모두 합해도 35.1%에 불과했다. 온통대전이 인구와 사업장이 밀집한 서구와 유성구에 집중되면서 상권 회복이 절실한 동구·중구·대덕구와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게 관계 당국의 설명이다.

온통대전을 사용하면서 적립되는 인센티브(캐시백)도 소득 격차에 따라 불균형이 가속했다. 온통대전은 월 구매 한도 100만원으로 인센티브로 최대 15%까지 적립해준다. 매달 50만원을 쓰면 5만원을 돌려받는 방식이다. 2022년 1~6월 온통대전 결제 비중을 보면 매달 40만원 이상 결제가 절반을 넘는 52%나 됐다. 반면 10만원 이하는 13%, 10만~20만원은 12%에 불과했다. 소득이 많은 시민이 더 많은 캐시백을 받는 형태로 소비 여력이 낮은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혜택에서 소외되는 구조다.

2020년 5월 14일 허태정 전 대전시장 등이 지역화폐인 온통대전 출시를 축하하고 있다. [사진 대전시]

2020년 5월 14일 허태정 전 대전시장 등이 지역화폐인 온통대전 출시를 축하하고 있다. [사진 대전시]

3년간 온통대전 관련 예산으로 2805억원을 투입한 대전시 재정은 악화했다. 2019년 5591억원이던 채무가 2020년 8005억원, 2021년 8476억원, 2022년엔 1조43억원까지 늘어났다. 부채 비율 역시 2019년 8.83%이던 게 2020년 10.39%로 증가한 데 이어 2022년엔 12.8%까지 치솟았다.

2022년 기준 ‘전국 특·광역시 1인당 상품권 발행’을 보면 대전(127만5000원)은 인구와 경제 규모가 비슷한 광주광역시(61만5000원)의 2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부산(70만2000원)과 비교해서는 2배, 대구(48만4000원)와 울산(40만7000원)보다는 3배나 많았다.

이장우 시장 "온통대전 폐지, 선택적 복지로 전환"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난해 7월 취임 직후 온통대전 폐지를 주장했다. 온통대전을 폐지하면 4년간 1조원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고 이 돈을 소상공인이나 저소득층을 위한 다른 사업에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대전시는 지난해 8월부터 월간 운영비를 210억원에서 70억원으로 축소하고 구매 한도 역시 월 30만원으로 줄였다. 이르면 9~10일로 예정된 정부(행정안전부)의 지역 화폐 지원예산 규모에 따라 구매 한도 등을 추가로 확정할 방침이다.

지난해 10월 대전시청에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대전시]

지난해 10월 대전시청에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대전시]

배재대 행정학과 최호택 교수는 “온통대전이 출발과는 다르게 가진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고 표심을 구하는 수단이 됐다”며 “대전시도 이를 정확히 알리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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