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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지진 사망자 최소 1만9000명…"동일본 대지진 피해 넘어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동부 하이타이 지역의 잔해에서 생후 20일 된 신생아가 구조됐다. 로이터=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동부 하이타이 지역의 잔해에서 생후 20일 된 신생아가 구조됐다. 로이터=연합뉴스

튀르키예 남동부와 시리아 북서부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9일(현지시간) 최소 1만 9000명이 사망했다고 로이터통신·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오후 기준 튀르키예의 사망자 수가 1만 6170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튀르키예 남부의 오스마니예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는 이것을 세기의 재앙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튀르키예의 사망자 수는 전날 9057명에서 80%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시리아에서도 정부군 통제 지역 1262명, 반군 통제 지역 1780명 등 3000여 명이 사망해 총 사망자는 1만 9000명을 돌파했다. 양국의 부상자 수는 6만 명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지난 6일 새벽 튀르키예의 남부 가지안테프로부터 37㎞ 떨어진 지역에서 규모 7.8의 강한 지진이 발생하면서 이 지역과 시리아 서북부 마을 곳곳의 가옥 6000여 채가 무너지고 사람들이 깔리는 사고가 벌어졌다.

이번 재난은 2000년대 들어 발생한 가장 치명적인 지진 7위로 기록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튀르키예 지진은 2011년 1만8500명이 사망한 동일본 대지진 사태 이후 12년 만에 발생한 대형 재난이다. 8일까지만 해도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가 더 큰 것으로 집계됐으나, 9일 이후 튀르키예 지진의 피해가 더 큰 것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21세기 가장 치명적인 지진은 2004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을 덮친 쓰나미 사태로, 23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기록됐다. 2010년 20만 명이 사망한 중남미 아이티의 강진, 2008년 8만7000명의 인명을 앗아간 중국 쓰촨(四川)성 대지진 등이 뒤를 이었다.

튀르키예 하이타이 지역에서 8일(현지시간) 구조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튀르키예 하이타이 지역에서 8일(현지시간) 구조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인 72시간은 현지시간으로 9일 새벽.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재난이 발생한 지역은 영하권의 날씨가 이어지고 있고 도로 파괴, 구조장비 부족 등 열악한 상황이다. 이때문에 건물 잔해에 갇힌 이들의 생존 가능성은 시간이 갈수록 낮아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8일 “튀르키예 강진으로 인한 지진 사망자가 10만 명 이상이 될 가능성은 14%”라는 새 추정치를 발표했다. 지진 직후 USGS의 보고서에서 ‘10만 명 이상 사망 가능성’은 0%였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올라간 것이다.

USGS는 피해 정도별 자체 분류에 따라 가지안테프주의 누르다이, 카라만마라슈 파자르식 등 6곳을 적색 경보 단계로 분류했다. ‘다수의 사상자와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해 국가 또는 국제적 대응이 필요한 단계’를 의미한다.

USGS는 지진으로 인한 튀르키예의 경제적 손실도 상향 조정했다. 재난 당일 기준 총 피해액은 튀르키예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수준으로 추산됐지만, 현재는 6%까지 올라갔다. USGS는 “24%의 확률로 10억 달러(약 1조2600억원) 이상 경제적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집계한 2022년 튀르키예의 명목 GDP는 약 8530억 달러(약 1078조 원)다.

튀르키예 주식 시장에서는 ‘패닉 세일’이 이어졌다. 8일 이스탄불 증권거래소의 시가 총액 100대 지수인 보르사이스탄불100(BIST)이 15% 넘게 폭락하면서 350억 달러(약 44조2500억 원)가 증발했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8일 거래를 취소하고 주식 시장을 15일까지 폐쇄한다고 밝혔다. 주식 거래소 중단 사태는 1999년 튀르키예 북서부 이즈미트 대지진(규모 7.8) 이후 24년 만이라고 미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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