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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바라보며 버티는 수밖에” 반도체 협력업체의 커지는 한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반도체 박람회 '세미콘 코리아 2023'을 찾은 업체 관계자가 반도체 재료 및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반도체 박람회 '세미콘 코리아 2023'을 찾은 업체 관계자가 반도체 재료 및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반도체 한파에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업체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부진은 이들에게 직격탄이 된다.

8일 삼성전자와 거래하는 A반도체장비 업체 관계자는 “메모리 불황이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로써는 방법이 없다”라며 “그저 삼성만 바라보며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 업체는 올해 목표 매출을 전년보다 낮췄지만 이마저도 확정 짓지 못한 상태다. 반도체소재를 만드는 B업체 관계자도 비슷한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대기업이 미래 수요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수주와 매출이 달려있다”라며 “업황도 업황이지만 대기업 마케팅팀의 예측에서 모든 게 시작되기 때문에, 이들이 시장을 어떻게 판단하는지만 쳐다볼 뿐”이라고 말했다.

불황을 타개하려는 기업 노력은 다양해졌다. C장비업체에서는 최근 연구개발(R&D) 비용을 늘리는 중이다. 이 회사 “호황기 때 삼성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어려울 때도 꾸준히 R&D 투자를 해야 한다”라며 “우리가 가진 기술이 좋아져야 기업이 새로운 투자를 할 때 거래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웨이퍼(반도체 원판) 위에 전자회로를 그리는데 쓰는 감광액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하는 동우화인켐 관계자는 “웨이퍼 투입량 자체를 10%가량 줄인다고 해도 어차피 라인은 멈추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적 감산을 위해 하이테크 디바이스로 전환을 하게 되면 케미컬의 사용량은 늘어날 수도 있다. 또한 수율을 높이기 위해도 일시적으로 사용량이 많아질 수 있다”며 “당장 타격이 크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객을 다양화하거나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는 사례도 있다. 반도체 설비 업체인 D사 관계자는 “반도체 분야의 수익이 높았지만 사이클이 있다 보니 불황기에는 영향을 크게 받는 게 단점”이라며 “다른 사업 쪽 진출도 키워서 매출 다각화를 하기 위해 회사 차원에서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디스플레이, 태양광 쪽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시장조사기관 대부분은 올해 세계 반도체 매출이 역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옴디아 -0.2%, 가트너 -3.6%,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 -4.1%, IC인사이츠 -5%, 테크인사이츠 -5.8%, 퓨처호라이즌 -22% 등으로 마이너스 0.2%부터 두 자릿수까지 진폭이 크다.

반도체장비 시장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올해 반도체 장비 매출 전망치를 912억 달러(약 115조원)로, 전년 대비 16%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분야별로는 웨이퍼 팹 장비(WFE)가 전년 대비 17% 감소한 788억 달러, 테스트 장비가 7.3% 줄어든 70억 달러 등이다. 조립·패키징 장비 성장률도 지난해보다 13% 감소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내년쯤 돼야 메모리 시장이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나 스크보르초바 SEMI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업계는 주기성을 타서 설비와 용량이 늘면 재고가 증가해 다시 하락세를 보인다. 지금 시장 방향성을 보면 성장세가 저조해지며 냉각기에 접어드는 시기”라며 “2024년은 돼야 성장세를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반도체다'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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