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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금고지기 이르면 내일 압송, 대북송금 수사 탄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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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함께 국외 도피 중 지난해 12월 태국에서 검거된 이른바 ‘금고지기’ 김모 전 쌍방울 재경총괄본부장이 이번 주 국내로 압송된다. 도피 9개월 만이다. 검찰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7일 쌍방울그룹 관계자 등에 따르면 태국에서 송환 거부 소송을 제기했던 김씨가 이날 항소 포기 의사를 밝혔다. 이민국 구금센터로 이송된 김씨는 이르면 9일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김 전 회장 여동생의 전남편이기도 한 김씨는 그룹 내에서 ‘경리부장’ ‘재무이사’ 등으로 불렸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김씨가 한국 국적기에 오르면 미리 발부받은 체포영장을 집행할 예정이다. 이 밖에 국외 도피 중 김 전 회장의 수행비서 역할을 했던 박모씨도 이날 캄보디아에서 귀국했다. 박씨는 체포 당시 김 전 회장이 사용하던 휴대전화 6대 등을 가지고 있었다. 검찰은 이들 휴대전화의 포렌식에서 다수의 증거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그룹 계열사의 전환사채(CB) 발행 전반을 설계하고, 이를 실행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김 전 회장의 횡령·배임 세부 내용과 대북 송금에 쓰인 자금 형성 경로를 밝힐 ‘키맨’으로 꼽혔다. 김 전 회장도 지난달 17일 국내 압송 당시 “자금 형성 설계와 운영은 재경총괄본부장이 해서 나는 잘 알지 못한다”며 김씨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김씨 귀국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는 악재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다른 혐의가 걸린 김 전 회장의 ‘800만 달러 대북 송금’ 진술은 (검찰이) 자금 형성 과정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법정에서 신빙성이 문제될 수 있다. 하지만 자금 흐름이 밝혀지면 쉽게 사실로 인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3일 구속기소돼 재판에서 635억원의 배임·횡령 혐의를 놓고 검찰과 다퉈야 하는 김 전 회장은 김씨 진술에 따라 혐의가 중해질 수도 있다. 김씨의 한 지인은 “김씨와 김 전 회장은 2년 전쯤 사이가 틀어졌다. 국외 도피를 준비할 때도 ‘내가 왜 떠돌이 생활을 해야 하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고 전했다.

김 전 회장보다 먼저 체포돼 자진 귀국 의사를 내비쳤던 김씨는 김 전 회장 검거 사흘 만인 지난달 13일 송환 재판에서 돌연 불법체류 혐의를 부인하며 귀국 의사를 철회했다.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현지에서 ‘대호’로 불리는 조폭이 김씨를 압박해 귀국 의사를 번복하도록 종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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