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장외투쟁서 "尹 지키는 짐승들"…민주 외치는 민주당의 민낯 [현장에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에는 사람과 짐승이 같이 살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숭례문 앞 도로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장외 투쟁에서 한 권리당원이 무대에 올라 한 말이다. 그는 “이태원에서 159명이 죽어가도 윤석열을 지키겠다는 짐승이 있다”며 “윤석열 내려오라는 말을 민주당은 왜 못하느냐”라고 외쳤다. 윤 대통령 지지자를 ‘짐승’으로 규정하면서 민주당에 윤 대통령 퇴진 운동을 촉구한 것이다.

“돌출 발언이 나올 줄은 몰랐다”는 게 당 관계자 설명이었지만, 이날 행사에선 비슷한 발언이 쏟아졌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을 못 하겠다면 그만두는 게 나았다”(서영교 최고위원) “당장에라도 무도한 정권을 끌어내려야 한다”(전용기 전국청년위원장) 등이었다. 사전 행사에선 박주홍 민주당 노동위원장의 선창에 맞춰 “윤석열은 퇴진하라” 구호가 울려 퍼졌다.

이날 행사장엔 윤 대통령 퇴진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단체 ‘촛불 행동’이 설치한 ‘윤석열 퇴진 100만 범국민선언 서명 운동’ 부스도 눈에 띄었다. 파란 점퍼를 입은 ‘촛불 행동’ 활동가들은 ‘10.29 이태원 참사는 윤석열 참사다. 퇴진이 추모다. 윤석열은 퇴진하라’는 피켓을 곳곳에서 흔들었다. 공식 행사가 끝난 뒤에는 “이재명! 대통령!” 구호가 나왔다.

윤 대통령 퇴진 운동에 민주당이 가세하는 모양새가 나오자 당내에서도 “민주공화국 원리를 스스로 부정하자는 거냐”는 지적이 나왔다. 집회에 참석했던 한 민주당 의원은 6일 통화에서 “정말 이 정부가 잘못했다고 하면, 잘못한 부분을 지적하고 5년 후 선거에서 우리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했다.

이날 민주당이 장외집회를 개최한 세종대로 일대는 1987년 6월 항쟁의 현장이었다. 1987년 6월 이후 대한민국에선 군사정권이 문민정권으로 넘어갈 때도, 수평적 정권 교체가 이뤄질 때도 유혈 충돌은 없었다. 반대편 대통령을 인정하는 ‘직선제 민주주의’의 성과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4일 서울 중구 숭례문 앞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4일 서울 중구 숭례문 앞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이날 행사 마지막에 연단에 오른 이 대표는 20여분간 연설에서 ‘민주주의’를 6번 언급했다. 그는 “이재명을 부숴도 민주주의를 훼손하지 말라”고 외치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1조를 다시 읊었다. 그는 이어 “유신독재 정권이 몰락한 자리에 검사독재 정권이 다시 똬리를 틀고 있다”며 “군인의 총칼 대신에 검사들의 영장이 국민을 위협하고 있다”라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이 대표를 지지하는 강성 당원 등은 오히려 민주주의를 왜곡해, 반대편 악마화에만 몰두하고 있다. 심지어 5일 민주당 홈페이지엔 윤 대통령 퇴진를 전제로 '이재명 대선 후보'를 막는 당헌을 바꾸자는 청원이 올라왔다. “검사독재 윤석열 정부를 촛불 시민이 퇴진시킬 경우, 유력한 대체 후보를 민주당 당헌이 막아서는 안 된다”며 “당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려면 1년 전 사퇴해야 한다는 규정에 ‘전임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한 경우’를 예외로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해당 청원은 하루 만에 9000명에 육박하는 동의(6일 오후 4시 기준)를 얻었다. 민주주의 후예라고 자부하는 민주당의 현주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