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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100일…유족 "분향소 철거시 분신" vs 서울시 "행정집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태원 참사 100일째인 5일, 유가족과 서울시가 서울광장 분향소 설치를 두고 대치했다. 서울시는 분향소를 불법 시설물로 규정하고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유족 측은 철거를 시도할 경우 분신을 하겠다며 맞섰다.

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이병준 기자

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이병준 기자

유족 측은 전날 오후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기습 설치했다. 유족과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회원 등 1000여명이 추모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이태원 광장에서 광화문 광장 방면으로 향하던 중 서울광장에 멈춰 천막 설치를 강행했다. 경찰 3000명이 이를 막기 위해 투입되며, 서울광장에선 양측의 고성과 몸싸움이 이어졌다. 유가족 1명은 이 과정에서 실신했다. 결국 서울시가 한 발짝 물러나 오는 6일 오후 1시까지 자진철거 기한을 주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서울광장 분향소에는 경찰 2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경찰은 경력 약 420명을 배치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했지만,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시민대책회의 측은 분향소 옆에 유족들의 심리 지원을 위한 천막 1대를 추가로 설치했다.

유족 “철거 시 분신…아이들 따라갈 것”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국회추모제에서 이종철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유가족 대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국회추모제에서 이종철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유가족 대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제시한 자진철거 시한(6일)을 하루 앞둔 시점까지도 유족들은 분향소를 철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종철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00일 국회 추모제’에서 “분향소를 철거하러 올 경우 저희들은 휘발유를 준비해놓고 그 자리에서 전부 이 아이들 따라갈 것이다. 죽을 것”이라며 “우리는 휘발유를 이미 준비해 놨다. 철거하러 오는 순간 제2의 참사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아이들을 위한 많은 카네이션과 많은 국화꽃(으로) 화려하게 분향소를 만들어달라”고 정치권에 요구했다.

반면에 서울시는 이날 공식 입장문에서 “이태원 참사 100일을 추모하고자 하는 유가족분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행정집행 계획은 변함없다. 불법 시설물로 인한 안전 문제, 시민들 간의 충돌 가능성을 서울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공공공간인 서울광장에서 집회 등을 열기 위해서는 서울시에 사전 사용 신고를 해야 한다. 허가를 받지 않고 서울광장을 무단 점유하는 경우 공유재산법에 따라 사용료의 120%를 징수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미 분향소를 불법 설치한 행위 자체도 공유재산을 불법적으로 점거했기 때문에 변상금 부과 대상”이라며 “6일까지 철거를 하지 않는다면 필요한 조치를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때는 변상금 부과

2019년 2월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설치돼 있던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의 천막 모습. 연합뉴스

2019년 2월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설치돼 있던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의 천막 모습. 연합뉴스

광장을 둘러싼 유족과 서울시 사이의 갈등은 세월호 참사 당시와 비슷하게 반복되는 양상이다. 세월호 유족들은 참사 약 3개월 후인 2014년 7월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광화문 광장에 천막 3개를 설치했다. 당시 불법 논란이 있었지만 유족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로 철거는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시는 정부의 협조 요청에 따라 유족 지원을 위해 그늘 막 등 용도의 천막 11개를 추가로 설치하면서도, 2019년 천막을 자진 철거하기 전까지 하루에 약 6000원의 변상금을 유족 측에 부과해 징수했다. 광화문광장 재조성 공사를 위해 2021년 서울시의회로 이전되기 전까지 세월호 천막과 추모공간은 7년간 광화문 광장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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