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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페만사태 지지” 호소 분주/전유럽안보협력회의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정상연설 많아 지루… 성과는 미지수/고르비 항의로 발트3국 참석 무산
21일까지 예정으로 19일 파리에서 개막된 유럽안보협력회의(CSCE)는 냉전시대 이후의 구주안보체제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역사적 대사건이다. 이 역사적 회담장은 34개국 정상들의 활발한 외교무대가 되고 있다.
특히 부시 미 대통령은 페르시아만사태를 미국의 페이스대로 끌고 나가기 위한 절호의 찬스로 이번 모임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느낌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회담기간중 여러 나라 정상과의 「미니정상회담」을 통해 페르시아만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무력사용이 불가피하며,이를 위해 미국이 준비중에 있는 유엔 안보리의 무력사용 허용결의안을 지지해줄 것을 요청,설득하고 있다.
이와 관련,그는 첫날회의가 끝난 19일 저녁 파리주재 미 대사관저에서 고르바초프 소 대통령과 만찬을 겸한 회담을 갖고 중동사태를 중점논의했고,이에 앞서 대처 영국총리(19일 아침),미테랑 프랑스대통령(18일 저녁) 등과도 요담했다.
페르시아만사태와 관련한 부시 대통령의 활발한 외교접촉과 관련,이곳의 한 관측통은 『부시 대통령의 파리체류 목적은 19일 오전의 유럽재래식 무기감축조약의 체결과 페르시아만사태와 관련한 미국측 입장 설득 등 두 가지일 뿐』이라고 지적,CSCE회담 자체는 미국의 관심사항 밖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회담의 일정은 각국 대표의 연설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다만 회담 이틀째인 20일 오후 1시간30분 정도만 비공개회담이 있을 뿐이어서 이런 식의 「지루한」 회담이 과연 얼마나 성과가 있을지에 대해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 회담에 참가하는 34개국 정상들은 모두 각각 1차례씩의 연설기회를 갖고 있는데 회의 첫날인 19일 부시 미 대통령·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콜 독일총리·대처 영국총리 등 15명이 연설,이걸로 첫날 회의를 모두 채웠고 둘째날인 20일에도 20명의 정상들이 순서대로 연설,참석자들의 지루함을 더해주고 있는것.
한편 이번 회담에는 발트3국 외무장관들이 주최국인 프랑스의 특별초청형식으로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강력한 항의로 회의장 문턱에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번 34개국 CSCE정상회담에 참석하고 있는 각국 정상 가운데 지난 75년 헬싱키조약에 서명한 35명의 대표 중 아직까지 현직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2명에 불과하다.
화제의 주인공들은 콘스탄티노스 카라만리스 그리스대통령과 교황청 국무장관인 아고스티노 카사롤리 추기경으로 이들은 75년 당시 각각 그리스 총리와 교황의 특사를 지냈었다.
그러나 나머지 참석자 가운데 레오니드 브레즈네프 전 소련 공산당서기장 등 2명은 재임중 사망했으며 알도 모로 이탈리아 총리와 오롤프 팔메 스웨덴 총리 등 3명은 폭력단의 총격으로 피살됐다.
○…엘리제 궁 주변은 온통 각국 국기와 축제분위기를 돋우는 장식들이 가득한 가운데 관광객들과 물건을 사려는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한편 이같은 우호적인 회담장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엘리제궁에서 한 블록 떨어진 거리는 경찰과 쇠줄로 삼엄한 바리케이드가 쳐졌다.
또 경찰은 인근 건물들을 샅샅이 조사하고 주민들에게는 특별 통행증을 발급해 집에 들어가려면 이를 제시하도록 하는가 하면 하수도에 대해서도 폭탄 장치 여부를 검사하고 회담장 입구에는 최첨단 X선 기계를 설치했다.
○…부시 미 대통령 전용 리무진의 오른쪽 뒷문이 고장나는 바람에 19일 경호요원들은 부시 대통령이 차에서 내릴 때마다 진땀을 흘렸다.<파리=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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