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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대표 개인 혐의 수사에 장외투쟁 나선다는 민주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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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차 소환 응한다면서 거리 집회로 진영 결집 노려

국가기관 흔들기 민주주의 위협, 검찰도 신속 수사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검찰의 2차 소환조사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모욕적이고 부당하지만 대선 패자로서 오라고 하니 또 가겠다”고 했다. 이 대표가 출석하면 지난 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지난 28일 대장동 사건 관련 출석에 이어 세 번째다. 이 대표가 1차 소환조사에서 진술서만 제출해 추가 조사의 실효성 역시 의문이지만, 법률에 근거하지 않는 한 조사에 응하는 게 당연하다.

민주당은 이 대표 관련 수사를 “검찰 독재이자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고 장외 투쟁에 나서겠다고 했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어제 “당 차원에서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 규탄과 민생 파탄에 대한 국민보고대회를 이번 주말 서울에서 개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정부를 집중 견제하는 등 원내·외 병행 투쟁을 하겠다지만, 장외 여론전으로 검찰 수사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노선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제1 야당이 거리로 나가겠다는 처사는 부적절하다. 우선 이 대표가 수사받는 사안은 대부분 성남시장 시절 일이라 민주당과 관련이 없다. 이를 두고 공당이 피의자와 한 몸이 돼 장외 투쟁을 벌이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이태원 참사 100일이 되는 5일을 하루 앞둔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선 시민추모대회가 열린다. 민주당 내에선 이런 분위기에 올라타 ‘윤석열 정권 퇴진’을 거론하는 외부 단체들과 연대하고 문재인 정부 관련 다른 수사까지 엮어 우호 진영의 총결집을 노린다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의 행태는 민주주의를 위협할 위험도 안고 있다. 표를 얻으려고 퍼주고 보는 ‘포퓰리즘 예산’과 함께 사법부·검찰 등 국가기관과 제도의 흔들기는 민주주의의 정상적인 작동을 방해한다. 자신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의 수사나 판결은 정당하고, 칼날이 자신들을 향하면 탄압이라고 주장하느냐는 지적을 민주당은 새겨들어야 한다. 민주당은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되면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는 당헌을 바꿔 당무위원회가 ‘정치 탄압’ 여부를 따져 구제할 여지를 뒀다. 이 대표가 정치 탄압을 외치는 게 ‘셀프 방탄’의 전조는 아닌가.

지금 서민은 난방비가 올라 시름하고 있다. 생필품 물가도 줄줄이 오른다. 고금리 여파 역시 밀어닥칠 것이다. 거리 투쟁을 계기로 진영 대립이 심해지면 민생 해법을 찾는 일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진실은 결국 법정에서 증거와 법리로 가려져야 하는 만큼 검찰도 기소 여부를 서둘러 결정할 필요가 있다. 기소되면 이 대표는 개인 자격으로 유·무죄를 다투고, 민주당은 본래 자리인 의사당으로 돌아가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