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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연금개혁 실효성 있게 속도 내야, 전 정부 실기 반복 안 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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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7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에서 민원인들이 오가고 있다. [뉴스1]

27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에서 민원인들이 오가고 있다. [뉴스1]

국회 민간자문위 연금 보험료율 15% 상향 논의

소득대체율 인상 변수, 개혁 기회 이번이 마지막

연금 폭탄은 정해진 미래다. 언제 터질지 시기도 결정돼 있다. 지난 27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에 따르면 2041년부터 연금재정이 적자로 전환되고, 2055년 기금이 소진된다. 5년 전인 4차 재정추계 때보다 소진 시점이 2년 앞당겨졌다.

내년 출산율이 0.7명으로 바닥을 찍고 2046년(1.21명) 안정화된다는 걸 전제로 했다. 출산율이 낮고, 기대수명이 높으면 고갈도 빨라진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가 모두 은퇴하면 연금 수입은 줄고 지출만 늘어 재정 악화 속도가 높아진다. 5년 전 연금 고갈의 통지표를 받고도 개혁을 미룬 문재인 정부가 지탄을 받는 이유다.

국회 연금개혁특위 민간자문위원회가 보험료율을 15%까지 상향하는 방안을 비중 있게 논의하기 시작한 건 다행이다. 어제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정부안이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보험료율 인상은 불가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18.2%인데 우리는 1998년 9%로 올린 뒤 25년째 그대로다.

자문위는 지난 주말 두 가지 의견으로 좁혔다고 한다. 보험료율을 15% 인상하되 A안은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는 것이고, B안은 50%로 올리는 것이다. A안은 개혁 효과는 크지만 반발이 예상되고, B안은 반발이 덜한 만큼 효과가 미미하다.

B안 지지자는 소득대체율을 높여야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소득대체율 50% 인상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었다. 한국은 OECD 노인빈곤율 1위로, 노후소득 확대에 더욱 신경써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 해법이 반드시 소득대체율 인상은 아니다.

국민연금 재정 고갈 2년 당겨져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

국민연금 재정 고갈 2년 당겨져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

연금은 납부한 보험료만큼 수십 년 뒤 돌려받기 때문에 현실의 빈곤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안 된다. 기초연금 확대나 연금보험료 지원, 사각지대 해소 등으로 풀어가는 게 옳다. 결국 보험료율은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은 유지하거나 적게 인상하는 것이 개혁의 전체 효과를 키울 수 있다. 자문위는 다음달 10일께 최종 결과를 국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이때 전문가다운 확실한 대안을 책임있게 제시해야 한다. 두루뭉술한 예시만 여러 개 늘어놓으면 국민에게 네 가지 방안을 무책임하게 나열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문재인 정부의 실기를 반복하기 쉽다.

개혁에는 고통이 따른다. 정부와 여야는 몸에 좋은 약이 입에 쓰다는 점을 국민에게 적극 설득해야 한다. 연금개혁의 핵심은 고통분담의 공감대다. 고통을 나눠지지 않으면 미래세대의 어깨엔 견딜 수 없이 큰 고통이 짓누르게 된다. 아울러 퇴직연령을 늦춰 납부 기간을 늘리고, 지난해만 5조원 넘게 세금이 투입된 공무원·군인연금 등의 개혁 논의도 조속히 병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