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위자들이 코로나19 방역 대책에 항의하기 위해 행진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중국에서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반대 시위를 계기로 젊은 여성들이 저항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11월 27일 베이징에서 열린 우루무치 화재 희생자 추모 시위로부터 불이 붙었다.
당시 신장 위구르지역 우루무치 고층 아파트에 화재가 발생했지만 코로나19 봉쇄 탓에 제때 진화되지 않아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전국 각지에서 봉쇄에 반발하는 시위가 일었다.
인민대 졸업생 차오즈신(26)은 중국판 카카오톡 '위챗'을 통해 일부 친구들을 모아 시위에 동참했다.
이틀 뒤인 11월 29일 차오즈신은 현지 경찰에 붙잡혔으나 몇 가지 질문을 받고 풀려났다. 시위에 함께한 친구 최소 5명이 같은 일을 겪었다.
하지만 경찰은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6일까지 차오즈신을 포함한 시위 참여 여성 최소 8명을 구금했고, 이 중 3명만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들이 처한 상황은 지난달 23일 차오즈신이 두 번째로 체포되기 직전 찍은 영상이 공개되면서 더욱 이목이 쏠렸다.
차오즈신이 체포되기 전 녹화한 영상 일부. 사진 유튜브 캡처
차오즈신은 지난달 18일 친구들이 체포됐다는 소식을 듣고 곧장 부모가 있는 헝양 본가로 향했고, 그곳에서 체포되기 전날 3분짜리 영상에 자신의 목소리를 남겼다.
그는 영상에서 "우리가 한 일은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의사 표현일 뿐"이라며 "우리가 이대로 사라지지 않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영상은 차오즈신이 체포된 직후 유튜브와 트위터 등을 통해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퍼졌다. 차오즈신은 현재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받게 될 위기에 놓였다. 공식 기소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WSJ은 이런 젊은 여성들의 움직임이 최근 여성 활동가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탄압이 노골화하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전부가 남성으로 채워졌고, 그해 초 한 여성이 목에 쇠사슬이 묶인 채 인신매매되는 장면이 찍힌 사진이 확산해 젊은 여성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작년 말 코로나 봉쇄 상황이 맞물리며 젊은 여성들이 조직되지 않은 자발적 네트워크를 통해 저항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중국 선임연구원 야추왕은 "새로운 세대의 시위대가 기존 활동가들과 다른 점은 이들의 요구가 더욱 광범위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