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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비 폭탄에 민심 폭발…"文정부 탓만 하면 큰일" 與 비상

중앙일보

입력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난방비 급등으로 여론이 악화하면서 국민의힘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단 “문재인 정부 탓”으로 돌리며 출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에너지 수급과 한파로 인한 구조적 문제여서 쉽사리 해결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친윤계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는 가스 가격이 2~3배 오를 때 난방비를 13%만 인상해 결과적으로 모든 부담이 윤석열 정부의 몫이 됐다”고 썼다. 류성걸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권의 잘못된 에너지 정책이 가스 요금 폭등의 원인인데도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호도한다”고 지적했다. 전임 정부가 난방비 인상을 미루는 ‘폭탄 돌리기’를 하는 바람에 윤석열 정부가 부담을 안게 됐다는 논리다.

한국도시가스협회에 따르면 이번 달 서울 도시가스(중앙·개별난방 가구) 요금은 지난해 1월보다 38.4% 올랐다. 지난해 네 차례(4·5·7·10월)에 걸쳐 가스 도매요금이 인상된 결과다. 열 요금(지역난방) 역시 같은 기간 37.8% 올랐다. 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 전까지 별다른 체감을 하지 못하다가 12월 사용요금이 최근 청구되자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야권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있다. 설 연휴 동안 민심을 접한 민주당은 25일 “난방비 폭탄으로 온 동네 집집마다 비명이 터진다. 윤석열 정부의 민생은 파탄 날 지경”(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이라며 공세를 퍼부었다.

전국적으로 한파가 불어닥치며 난방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30평대 아파트 우편함에 관리비 고지서가 꽂혀 있다.   연합뉴스

전국적으로 한파가 불어닥치며 난방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30평대 아파트 우편함에 관리비 고지서가 꽂혀 있다. 연합뉴스

여권에선 “왜 난방비가 한꺼번에 오르게 됐는지 진상을 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전임 정권 탓이 핑계로 보이지 않을까 걱정”이라는 말도 적지 않게 나온다. 익명을 원한 재선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결국 해결과 책임은 우리 몫인데 전임 정부 탓만 하면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으로 보일 것”이라며 “수차례 인상한 점을 국민께 충분히 설명 못 드린 것도 잘못”이라고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난방비 등 민생 현안에 대해 상임위원회별로 긴급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난방비뿐 아니라 버스·지하철 등 각종 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는 점이 여권으로선 큰 부담이다.

서울시는 지하철·시내버스 기본요금을 최대 400원씩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방안이 확정되면 올해 4월부터 지하철 기본요금은 1250→1650원, 버스 기본요금은 1200→1600원으로 오른다. 서울시는 중형택시 기본요금도 2월 1일부터 3800→4800원으로 올린다. 전기요금은 올해 1월부터 ㎾h당 13.1원 인상됐다. 4인 가구 기준으로 월평균 4000원가량 올린 것인데 전기사용이 많은 2·3분기에도 추가 인상될 예정이다. 이에 당내에서는 “겨울 난방비 문제를 해결해도 여름에는 전기요금 폭탄이 터질지 모른다”(정책위 인사)는 우려가 나온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상하수도·교통비 연쇄 인상 가능성도 여권 입장에선 걱정거리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회동을 마친 후 언론 앞에 선 모습. 김성룡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회동을 마친 후 언론 앞에 선 모습. 김성룡 기자

“원자재값이 올라 일정한 요금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게 여권 입장이지만 공공요금 인상이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거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 21일 발표된 KBS·한국리서치 여론조사(1월 18~20일)에서 윤 대통령 국정운영 부정평가는 54.7%였는데 첫 번째 요인으로 ‘경제·민생해결책 부족’(24.7%)이 꼽혔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특히 지난 24일 기준 ‘네이버 트렌드’(100점이 최고점으로 높을수록 검색량이 많음)를 통해 검색어 빈도를 살펴본 결과 ‘난방비’는 23점, ‘가스비’는 16점이었다. 하지만 ‘UAE’ 10점이었다. 윤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해 300억 달러(약 40조원)의 투자 결정을 얻어내는 등 경제 성과가 컸지만, 설 연휴를 거치며 난방비 문제에 가려지게 된 셈이다.

전국적으로 강추위가 찾아오며 난방비 급등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24일 서울 시내 한 주택 가스계량기 모습. 연합뉴스

전국적으로 강추위가 찾아오며 난방비 급등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24일 서울 시내 한 주택 가스계량기 모습. 연합뉴스

여권에선 주요 경제지표가 안 좋은 점도 우려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무역수지는 지난해 5월에는 약 17억1000만달러 적자였는데, 지난해 12월에는 약 46억9000만달러 적자로 크게 늘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취임한 이후 8개월 연속 적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렇게 가다가는 경제 문제가 내년 4월 총선의 화두가 될 수도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대외 요인 때문에 경제활성화 등 현 정부의 목표를 모두 이뤄내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다만 여소야대 상황이어서 책임론이 여권에만 쏠리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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