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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파와 불황 속 취약계층 살피는 세밀한 대책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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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전국적인 강추위로 난방비 급등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24일 서울 시내 한 주택가 가스계량기 모습.   난방에 쓰이는 도시가스 요금은 최근 1년 동안 38.4% 올랐다. 연합뉴스

전국적인 강추위로 난방비 급등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24일 서울 시내 한 주택가 가스계량기 모습. 난방에 쓰이는 도시가스 요금은 최근 1년 동안 38.4% 올랐다. 연합뉴스

난방비 폭탄 등 공공요금 인상 충격 현실화

실업자 전락 않도록 자영업자 붕괴 막아야

코로나19 이후 3년 만의 대면 설 명절 연휴가 끝났다. 오랜만에 가족·친척이 얼굴을 마주하며 시간을 보낸 기쁨이 컸다. 그러나 서민과 취약계층에겐 유독 혹독한 추위를 안긴 명절이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한파도 한파지만, 불황이 심해지면서 살림살이가 점점 팍팍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1년 전보다 배 이상 올랐다는 난방비 폭탄이 화제였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가격이 급등하면서 LNG를 쓰는 도시가스 요금이 30% 이상 오른 영향이다. 올겨울 들어 가장 춥다는 이 한파에 보일러 틀기가 무섭다는 서민 가계의 고충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게다가 각종 공공요금 인상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지난 1일부터 9.5% 오른 전기요금도, 도시가스요금도 2분기에 큰 폭의 추가 인상이 예고돼 있다. 지방자치단체별로 택시·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과 상하수도 요금도 줄줄이 인상 대기 상태다.

경기 침체가 깊어지면서 서민들의 벌이는 더 힘겨워지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두드러진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최근 1년 새 일을 그만두고 실업자나 비경제활동 인구가 된 자영업자가 34만여 명이었다. 이 중 고용원 없이 ‘나 홀로 사장님’으로 있다 사업을 접은 이가 약 31만 명이었다. 지난해 자영업자는 취업자의 20.1%로 1963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직원을 두지 않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약 427만 명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다. 자영업자 상당수가 빚으로 버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은 1014조원으로, 코로나 초기였던 2020년 1분기보다 300조원 이상 늘었다. 그나마 코로나 이후 계속 시행 중인 대출 만기 연장이나 상환 유예로 견디고 있지만, 자영업자 중엔 금융지원 종료를 걱정하는 이가 한둘이 아니다. 각종 통계는 꿈에 부풀어 창업했다가 결국엔 직원마저 내보내고, 빚쟁이가 돼 폐업 후 실업자가 되는 중장년층의 고단한 삶의 행로를 보여준다. 고용 시장엔 벌써 한파가 몰아닥치고 있다. 올해 정부의 취업자 증가 예상치는 약 10만 명으로 작년의 8분의 1토막이다. 정부는 공공기관 정규직 신규 채용도 작년보다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올해는 서민과 취약계층에게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힘든 해가 될 우려가 크다. 불황과 고금리 속에 각종 공공요금 인상과 일자리 가뭄이 겹쳐지고 있다. 공공요금 정상화나 공공부문 군살빼기 등은 물론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더 미뤘다간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훼손할 소지가 다분한 과제들이다. 하지만 경제 정상화의 길이 취약계층 배려와 꼭 어긋나는 방향만은 아닐 것이다. 힘든 때일수록 약자와 취약층을 보듬어 안는 세밀한 지원 대책을 정부가 강구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