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새해엔 한·미 ‘핵 공조’ 강화로 북핵 안보불안 해소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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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1일 서울 용산의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 정부 출범 이후 첫 한미정상회담 관련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1일 서울 용산의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 정부 출범 이후 첫 한미정상회담 관련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미국 싱크탱크 ‘전술핵 재배치’ 첫 언급 주목

정부, 미국 ‘핵우산’ 실질적 담보 방안 제시를

북한의 가속화된 핵무장이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고 국민의 안보 불안감을 자극하는 가운데 최근엔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과 전술핵 재배치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와중에 그동안 비핵화에 집중해 온 미국의 싱크탱크에서 변화의 목소리가 들려 주목받고 있다.

미국 3대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한반도위원회는 설 연휴 직전 ‘대북 정책과 확장 억지(Extended deterrence)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확장 억지)에 대해 한국 측의 불안감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현 상황에서 한국의 핵무기 획득을 용인하면 안 된다”고 못 박았다.

한국의 자체 핵 개발에 반대하면서도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을 언급한 대목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보고서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 ‘저위력 핵무기’를 한국에 재배치해야 할 가능성에 대비해 필요한 준비 작업과 관련한 모의 계획 훈련을 한·미 양국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서술했다. 비핵화를 강조해 온 미국의 주요 싱크탱크가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62년 설립된 CSIS는 외교·안보 분야의 초당파 싱크탱크인데,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한반도위원회는 존 햄리 소장과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가 공동위원장을 맡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모임이다.

미국 전문가 집단의 이런 변화된 목소리는 북한의 핵무장이 실질적 안보 위협으로 다가오면서 한국은 물론 미국에도 상당한 영향을 준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신년 여론조사에서 한국 내의 핵무장 지지 여론이 60% 선을 넘은 가운데 미국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의 한국인 상대 조사에서는 무려 71%가 한국의 자체 핵 개발을 찬성했다. 이 조사가 보도되면서 미국 조야에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방부와 외교부 신년 업무보고 자리에서 북한 핵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경우라는 전제 조건을 달면서 한국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에 따른 국제적인 제재 등 국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한국의 자체 핵무장은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다. 그렇지만 북한이 이미 20~80기의 핵탄두를 보유했다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오는 터라 실질적인 대응책을 제시하지 않는 침묵 역시 우리의 선택지일 수는 없다.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은 올해 윤 정부는 미국 핵우산의 실효성과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한 양국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구체화함으로써 북한의 핵 도발을 사전에 억지하고 국민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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