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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돈 잔치’ 은행, 영업시간 빨리 정상화하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KB국민은행 영업점 창구에서 고객이 은행 일을 보는 모습. 연합뉴스

KB국민은행 영업점 창구에서 고객이 은행 일을 보는 모습. 연합뉴스

성과급 수령은 신속, 영업시간 복원은 늑장

코로나 핑계 그만두고 서비스 정신 되찾아야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가 진통을 겪고 있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19로 인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오는 30일 사실상 해제하기로 했다. 이날부터 은행 창구에서도 반드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금융산업노동조합은 영업시간 완전 정상화에 반대한다. 노조는 오후 마감 전 30분 단축영업을 폐지하더라도 오전 개점 전 30분 단축영업은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용자 측은 노조와 합의가 없어도 영업시간 정상화가 가능한지 법률 검토까지 했다고 한다. 일을 더 하라는 것도 아니고 예전으로 돌아가자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은행들은 2021년 7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보조를 맞춘다는 명목으로 한 시간 단축 영업에 들어갔다. 원래 수도권 점포에서만 한시적으로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가 심해지자 전국으로 확대했다. 이때만 해도 고객들은 불편하지만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는 분위기였다.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는 데 힘을 모으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되면서 식당·카페·백화점·극장 등 대부분의 서비스 업종이 영업시간을 정상화했다. 마스크를 벗고 음식물을 섭취하는 식당·카페와 비교할 때 은행 창구의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하긴 어렵다. 수많은 서비스 업종 중에서 유독 은행만 영업시간을 정상화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최근 성명서에서 “국민은 일상생활로 돌아왔으나 은행은 영업시간 단축을 지속하고 있다”며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오전 영업 개시 시간에는 내점 고객이 거의 없다”는 핑계를 내세운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오전 일찍 은행 일을 보고 싶은 고객이 없을 리 없다. 노조는 근로자 권익 보호에 못지않게 중요한 고객 서비스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특히 온라인 뱅킹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을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집단이기주의만 내세운다면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은행들이 서민의 고금리 부담을 외면하고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이 커지는 상황이다.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가 늦어진 데는 사측도 책임이 있다. 그동안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차단하지 못하고 노조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는 지배권을 가진 대주주 없이 지분이 잘게 쪼개진 ‘주인 없는 회사’다. 그러니 최고경영자(CEO)의 ‘셀프 연임’이나 과도한 성과급 같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은행 임직원들은 고객 중심이란 가치에 과연 얼마나 충실했는지 이제라도 철저히 성찰해 보기 바란다. 그것만이 외환위기 때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 은행을 살려준 국민에게 보답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