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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바닥 치고 돌아설 것” 골드만삭스의 분석은 달랐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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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3호 05면

중국 경제 낙관론 vs 비관론

지난 17일 중국 우후시 의 한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전기청소차를 만들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17일 중국 우후시 의 한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전기청소차를 만들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3%.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다. 당초 목표치인 5.5%에서 한참 못 미쳤다. ‘중국 경제가 저성장 함정에 빠졌다’거나  ‘문혁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성장률이다’라는 등의 부정적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시각은 달랐다. 중국이 작년 국내총생산(GDP)을 발표한 바로 그 이튿날(1월 18일), 골드만삭스는 올 중국 경제 성장 전망치를 기존 5.2%에서 5.5%로 올려 잡았다. 오히려 낙관한 셈이다. 무슨 차이일까. 골드만삭스는 분기 결과를 주시했다. 지난해 4분기 중국 GDP 성장률은 2.9%였다. 이는 당초 경제 전문가들의 예측치 1.6%보다 크게 높은 수치. 중국 경제가 바닥을 치고 다시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게 골드만삭스의 시각이었다.

비관과 낙관, 어떤 분석이 맞을까. 역시 정치를 봐야 한다. 올해는 시진핑(習近平) 체제 제3기가 시작되는 해다. 3월 전인대에서 리창(李强) 총리가 이끄는 새 정부가 들어선다. 그러나 3연임의 ‘정치적 고개’를 넘은 시진핑 앞에 놓인 상황은 녹록지 않다. 코로나19 정책 혼선으로 인해 흔들리는 민심을 잡아야 한다. 경제가 유일한 방법이다. 시 주석이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이유다. 시진핑의 경제 책사 류허(劉鶴) 부총리의 다보스 포럼 발언은 이를 보여준다. 그는 포럼 발표를 통해 “올해 중국 경제가 정상 성장 궤도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6%에 육박하는 성장세를 회복할 것이라는 얘기였다.

중국은 어떤 정책을 쓸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중국 경제가 지난 해 ‘죽 쑨’ 이유를 봐야 한다. 크게 ▶코로나19 ▶부동산 경기 침체 ▶IT 플랫폼 기업 위축 등 3가지다. 여기에 미국의 대중 경제 압박,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글로벌 시장 위축 등이 겹치면서 동력을 잃었다. 그 결과가 3% 성장이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하나하나 따져보자. 우선 코로나19. 전문가들은 ‘위드 코로나’로의 정책 전환으로 야기된 사망자 급증 등 혼란상은 1분기 안으로 진정될 것으로 본다. 박승호 상하이저널 편집장은 “주요 쇼핑센터와 거리에 다시 사람이 몰리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하고 있다. 중국은 태국 여행 규제를 푸는 등 코로나로 닫았던 문을 다시 열고 있다. 관광, 유통, 외식 등 중국 서비스 업계는 ‘리오프닝(reopening)’ 채비에 분주하다. 부동산 시장에도 훈풍이 감지된다. 중국 금융당국은 부동산 시장을 억눌러 왔던 ‘3개 레드라인(三道紅線)’정책을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부동산 개발업체를 대상으로 한 3개 레드라인은 ▶순부채율 100% 이하 유지 ▶단기 부채 이상의 현금성 자산 확보 ▶선수금 제외 자산부채율 70% 이하 등이 핵심인데 이 규제를 풀겠다는 뜻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양평섭 박사는 “중국 GDP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부동산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지 않고는 경제를 부추길 수 없다는 게 중국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IT 플랫폼 기업 규제도 느슨해지고 있다. 작년 말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신화사가 발표한 공보는 ‘플랫폼 기업이 발전을 주도하는 동시에 일자리를 창출하며, 국제 경쟁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민간기업의 재산권·이익을 보호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공보에 ‘공동부유’라는 단어는 아예 없다. 지난 2년여 동안 진행했던 주요 IT기업에 대한 정리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쓸 또다른 경제 살리기 카드는 내수 확대다. 중앙경제공작회의도 ‘2023년 경제 운용의 최우선을 소비 회복과 확대에 둬야 한다’고 못 박았다. ‘내수 소비 육성’은 매년 되풀이되는 정책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좀 다르다. 중국은 중앙경제공작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지난해 12월 14일), ‘내수확대 전략 계획 요강(2022~2035년)’을 발표했다. 문화, 의료, 스포츠 등 전통 서비스 시장을 정비하는 한편 라이브 방송, 공유경제 등 신형소비를 어떻게 육성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담고 있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서비스 산업을 키우겠다는 뜻이다.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사회주의 공동부유’를 옆으로 밀어내는 모습이다. 골드만삭스가 주목한 2023년 중국의 정치 경제 지형도다. 골드만삭스뿐만 아니다. 모건스탠리가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기존 5.4%에서 5.7%로 올렸다. 씨티와 UBS 등도 성장률을 높게 조정했다. 서방 투자업계는 그렇게 중국의 ‘리오프닝’을 대비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다. 이전과 달리 한국 경제에 대한 ‘중국 효과’에는 한계가 따른다. 중국의 산업경쟁력이 높아졌고, 지난 2016년 ‘사드 사태’ 이후 중국 시장에서의 국내 브랜드인지도 역시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여러 측면에서 한·중 커플링(coupling)의 강도가 떨어졌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방 투자은행의 예상처럼 중국이 올해 다시 5~6%의 성장세를 회복한다면 분명 우리 경제에게도 긍정적 신호다. 성장은 수요를 낳고 산업을 일으켜, 우리가 파고들 시장 공간을 넓힐 것이기 때문이다. 반도체를 비롯한 IT 산업, 석유화학, 기계류 등의 중간재(부품, 반제품) 수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중국의 리오프닝에 따른 보복 소비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성장 회복세가 우리 경제에게는 ‘그림의 떡’이 되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중국은 고우나 미우나 여전히 세계 최대 규모의 이웃 시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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