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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압수수색 충돌현장 유튜브로 생중계…공개 여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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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경찰과 국가정보원이 서울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사무실 압수수색에 나선 18일 오전 9시쯤 현장 분위기는 활극을 방불케 했다. 경찰 700여 명이 주변에 배치된 가운데 수사관 수십 명이 사무실 진입을 시도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입구부터 막아서면서 충돌이 벌어졌다.

곳곳에서 고성이 터져나왔다. “경찰이라면서 왜 신원을 못 밝히냐” “손가락질하지 마라” “반말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등 경찰과 민주노총 사이에 감정싸움이 이어졌다. 이런 상황은 민주노총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고스란히 생중계됐다. 민주노총 관계자들과 수사관이 주고받은 대화, 욕설, 몸싸움 등이 실시간으로 방송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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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경찰과 국정원이 북한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하는 지하조직 ‘ㅎㄱㅎ’ 관계자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졌다. 피의자와 시민단체 등이 기자회견을 열어 수사 대상자 신원을 공개하고, 압수수색 장소와 과정을 구체적으로 밝히며 수사기관을 규탄했다. 앞서 2021년 ‘자주통일 충복동지회’ 사건 때도 불구속 상태의 피의자가 기자회견을 열고 “출처를 알 수 없는 자료로 조작된 사건”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간첩 혐의 등으로 수사받는 피의자가 이처럼 수사 과정을 직접 알리고 공개 기자회견에 나서는 건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최근의 트렌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전에는 간첩 혐의로 수사받는 경우 혐의가 사실이든, 아니든 가족이나 주변 사람을 생각해 최대한 조용히 수사받고 신원도 숨기려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공개적으로 수사 과정을 알리고 생중계하며 수사기관을 비판하는 걸 보니 대응 전략 자체가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적극적인 여론전 끝에 무죄 판결이 났던 선례가 대응 양상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유우성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지만 적극적인 대응으로 국정원의 간첩 조작을 주장했다. 결국 2015년 무죄가 확정됐다. ‘보위부 직파 간첩’으로 의심받아 2014년 재판에 넘겨졌던 홍강철씨도 공개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했고, 관련 내용이 영화화됐다. 홍씨도 2020년 무죄가 확정됐다.

공안 사건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간첩 수사의 경우 시나리오는 화려하지만 증거가 빈약한 경우가 많다”며 “여론이 재판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점을 수사 대상자들도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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